경제 · 금융

[증시특집] 불확실한 미래장세 꿰뚫는다

애널리스트. 그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애널리스트는 트레이더(영업담당), 펀드매니저와 함께 증권업계 내의 3두마차다. 애널리스트는 업종이나 종목, 시황을 분석해서 보고서(리포트)를 쓰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반면 트레이더는 실제로 투자 고객들을 대하면서 그들과 투자상담을 해주고 매매주문을 받는 사람들이다. 펀드매니저는 고객들이 모아준 펀드 자금으로 주식을 사고 팔아 펀드를 불리는 것이 임무다. 따라서 트레이더나 펀드매니저나 모두 애널리스트들이 쓴 보고서를 기본 교과서로 활용할수 밖에 없는 구조속에 있다. 애널리스트는 증시에 원천적인 분석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의 뿌리이자 주식매매의 조타수다. 그러나 최근의 증시 상황에서 각광 받은 것은 애널리스트가 아닌 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였다. 트래이더들은 주식거래폭주와 증권사의 성과급 도입으로 인해 월 1,000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는 고소득 층으로 부상, 「돈」을 즐기고 있다. 펀드 매니저들은 아직 본격적인 성과급제가 도입되지 않아 「돈맛」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간접투자시장 규모의 급격한 확대로 인해 세인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되는 등 「명예」를 거뭐쥐었다. 음지에서 일하는 리서치 요원들은 아직 돈도 명예도 즐기지 못했지만 이제 그들의 세상이 눈앞에 보이고 있다. 증시의 규모확대와 선진화 추세는 증권업계내 다른 파트 보다 리서치 파트, 즉 애널리스트들의 성가를 높이는 촉매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사에서 리서치를 맡고 있는 부서는 대개 시황팀과 기업분석팀으로 나뉜다. 시황팀은 투자전략팀이라는 명칭이 대개 붙으며 전반적인 시황전망, 증시 재료분석, 언론기사파악 및 정보수집 등의 업무를 맡는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업무를 맡는 전문가가 더욱 세분화돼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분석하는 이코노미스트(ECONOMIST), 지역의 투자전략을 담당하는 투자전략가(STRATEGIST) 등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곤 업무가 세분화돼 있지 않다. 현대증권이 투자정보팀(팀장 유남길·劉南吉)을 시황팀과는 별도로 둬 거시경제 분석, 해외 경제정보 수집등의 업무를 전담케 하고 있는 정도다. 업종별이나 기업별로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나눠져 있으며 대형 증권사에서는 한 업종을 여러명이 같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코노미스트나 투자전략가들은 경제연구소에서 증권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많다. 또 직접 매매를 하는 트레이더를 하다가 나이가 들어 분석쪽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으며 경제신문 기자에서 전직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수 있다. 지난해 6월 서울경제신문, 로이터통신, 증권업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한국채권시장 투자포럼에서 강의한 살로먼스미스亞太대표 엘머 나카오(ELMER NAKAO)이머징마켓 헤드가 대표적인 투자전략가다. 엘머 나카오는 살로먼 도쿄 지점에서 채권 트레이더로 오래 일한 인물이다. 투자전략가는 자기가 맡은 지역의 거시경제변수를 예측하는 것이 주업무며 결과에 따라 연봉이 책정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마이클 E 포터 엥도수에즈더블유아이카 증권 동아시아 책임자는 당시 원달러 환율이 2,000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해 국내 투자심리를 얼어붙게 만들기도 했다. 당시 그의 예상은 그의 연봉 100만달러(추정치)에 걸맞지 않을 정도로 편향적이었다는게 당시 업계의 평가다. 국내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으로 유명했던 스티브마빈 전쌍용증권 이사도 투자전략가로서 일종의 실패를 맛봐야 했다. 국내에서 시황을 담당하는 시황담당은 대개 대리시절부터 고참으로부터 훈련을 받는데 매일매일 시장이 끝난다음 그날의 시황과 다음날 전망을 자사의 데일리지에 발표한다. 지점의 고객이 받아보는 데일리가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시황담당의 평점도 올라간다. 대우증권의 전병서 통신업종담당, 한누리투자증권의 구본준 전자업종담당, 현대증권의 조윤정 제약업종담당, 삼성증권의 백운 금융업종 담당 등은 해마다 펀드매니저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국내 증권사의 대표적인 업종 애널리스트다. 업종 애널리스트는 기업의 실적 추이를 훑고 재무내용을 평가하는 기본업무에서부터 가치평가, 주가예상등을 전담한다. 작성한 투자분석보고서는 주식시장에서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주가 예상과 어긋나는 보고서는 큰 감점요인이다. 외국계 증권사는 우수한 애널리스트의 실적을 평가, 연봉계약을 맺지만 국내 증권사중에서는 아직 연봉제를 공식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곳은 한군데도 없다. 삼성증권이 이남우(李南雨) 이사를 필두로 한 별도의 애널리스트 팀을 지난해 단체 연봉계약식으로 외부에서 유입한 적은 있었지만 전면적인 연봉제는 아니다. 일부 실력있는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회사에서 연간 세전 수익으로 2~3억원 이상을 받는다. 현대증권에서는 최근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한 연봉고과제를 마무리, 조만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통적으로 기업분석 평가가 강한 증권사에서는 우수 애널리스트에게 정식 급여외에 별도의 보상을 해준다. D증권의 모 업종담당자가 별도로 월 수백만원의 보너스를 받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얘기다. 우수한 애널리스트의 조건은 종합적인 안목이다. 지나치게 전문화된 지식은 오히려 걸림돌이 된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인 이규범 전 현대증권 전기전자팀장이 3년전 펀드매니저로부터 베스트 평가를 받았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도체 등 특별한 분야에서는 「끝까지 파고드는」 신세대 애널리스트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면서 종합적인 시각을 강조하는 구세대 애널리스트를 몰아내고 있다. 한누리 투자증권의 구본준 전자업종 담당자는 일본 와세다 전자공학과에서 반도체를 전공, 반도체 제조공정을 꿰뚫고 있는 몇안되는 국내 전문가중의 한명이다. 하지만 구씨가 애널리스트로 데뷔하는데는 오히려 국내 증권사의 시각이 걸림돌이 됐다. 당시 몇군데서 입사를 거절당한 구씨가 장은증권에서 투자분석팀장의 눈에 띄어 겨우 입사했다는 것은 애널리스트 사회에서는 잘알려진 일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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