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은 최근 5,000만여원의 종합소득세를 체납한 소아과 의사 A씨의 재산 현황을 살펴보던 중 아연실색했다. 그가 수천만원의 세금은 내지 않고 버티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무려 7억원어치의 도자기 등 미술품을 사들여왔음이 확인된 탓이다. A씨는 세무 당국의 눈을 피하려고 배우자 이름으로 미술품을 거래했지만 덜미가 잡혔다. 그중에는 조선말기 3대 화가로 꼽히는 장승업의 '영모도(7,000만원 상당)'까지 포함돼 압류조치됐다.
고액의 자산을 뒤로 숨기면서도 세금은 내지 않는 악성 체납자들은 앞으로 점점 더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국세청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발족, 국세체납자들의 대표적인 재산은닉 수단인 고가 미술품과 골동품ㆍ악기 등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술품 등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과 달리 공부상에 등기가 돼 있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여서 일부 부유층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애용해온 재테크 수단이었다. 근래에 들어선 그 수법도 점점 고도화ㆍ국제화돼 해외 유명 경매업체를 통해 남의 이름 등을 빌려 골동품 등을 구입하는 사례가 확산되고 있다.
세무 당국에 최근 포착된 치과의사인 체납자 B씨는 지능적 재산은닉의 대표적 사례다. 그는 영국의 크리스티나 일본의 신와옥션과 같은 국제적 미술품 경매사를 통해 5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구입해 국내에서 되판 뒤 매각수입을 은닉했다. 유흥업소를 운영 중인 체납자 C씨는 1억2,000억원어치의 명품 악기를 배우자 이름을 빌려 프랑스 악기상에서 수입을 했다가 세무 당국의 추적을 받게 됐다.
국세청은 앞으로도 고액ㆍ상습 체납자를 중심으로 그들의 생활실태를 면밀히 살펴 지능적 재산은닉을 살피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고액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 확대가 보다 시급하다며 관계 당국의 제도개선을 요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