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증시로 복귀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외국인의 입맛이 달라졌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떠났던 지난 두 달간 전기전자·자동차 업종을 철저히 외면했지만 최근 들어 다시 장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 반면 같은 기간 '러브콜'을 보냈던 금융·유틸리티·건설 등 내수주는 점차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탄탄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선진국 증시에 비해 한국 증시는 지나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달 중순을 기점으로 외국인이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 주목하면서 상대적으로 낙폭이 컸던 시가총액 상위 대형 수출주 위주로 매수세를 늘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귀환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짧게는 대형 수출주를 중심으로 외국인의 수급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19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01%(0.14포인트) 떨어진 1,966.87에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의 25% 안팎을 차지하는 삼성그룹주가 대부분 하락했지만 사실상 보합으로 장을 끝낸 것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사들이며 하락폭을 줄였기 때문이다. 실제 외국인은 이날 1,820억원을 순매수하며 이틀 연속 매수 우위를 보였다. 지난 9월11일 이후 줄기차게 국내 주식을 내다 팔았던 외국인은 이달 10일을 기점으로 매도 규모를 줄이고 있다. 10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이 순매수한 금액은 3,978억원으로 삼성SDS 상장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던 14일을 제외하면 순매수 금액은 6,371억원으로 늘어난다.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본격화했던 9월11일 이후 11월7일까지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이 3조3,390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외국인의 수급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들 정도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경험을 보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가장 크게 주는 것은 선진국 주식시장이었다"며 "미국 증시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유럽 증시도 바닥에서 회복되는 등 선진국 증시가 좋은 모습을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했던 코스피가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입맛도 바뀌고 있다. 외국인은 순매도 우위를 보였던 지난 두 달(9월11~11월7일) 동안 주로 금융·건설·유틸리티 등 내수주를 쓸어담았다. 하지만 순매수로 전환한 이번주에는 외국인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전기전자·자동차주가 이름을 올렸다. 순매도가 우위를 보였던 기간에 외국인이 많이 샀던 종목은 삼성전자(005930)(1조5,669억원), 하나금융지주(086790)(1,293억원), 한국전력(015760)(1,285억원), KB금융(105560)(1,266억원), LG전자(066570)(1,236억원), 삼성물산(000830)(731억원) 등이었다. 반면 순매수가 우위를 보였던 기간에는 삼성전자(1,297억원), SK하이닉스(000660)(1,156억원), 현대차(005380)(854억원), 기아차(000270)(569억원) 등을 많이 샀다. 순매수 상위 종목이 바뀐 것으로 과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순유입될 때 나타나던 전자·자동차주 중심의 순매수 패턴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시장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입맛 변화가 추세적인 현상으로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저평가됐던 국내 증시로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오면서 단순히 낙폭이 컸던 대형 수출주에 매수세가 집중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대표되는 '전차주'는 실적 전망이 밝지 않아 외국인 자금 유입이 장기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면서 "다만 최근 두 달 사이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한국 증시 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투자 매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의 귀환 여부도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팀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전차주의 매력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엔·달러 환율 역시 130달러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외국인 자금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들어오는 데 제약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