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은커녕 내년에는 더 힘들어진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개최한 내년도 경제·산업 전망 세미나의 골자다. 가뜩이나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주력산업 대부분이 내년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추격 속도와 중국 내수경기에 따라 전자·자동차 등 국내 핵심 산업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엔화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의 추격과 글로벌 경쟁 심화도 국내 주요 산업의 회복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 분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게 불안요인이다. 대신 샤오미 등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중저가 시장 잠식이 가파르게 이뤄지고 있다. 내년에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져 삼성전자의 성장통이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의 예상이다.
발광다이오드(LED)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초고화질(UHD) TV와 전기밥솥은 중국 수요 증가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김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태블릿PC 시장은 내년에 급격한 수요 위축이 예상됐다. 김 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상반기에는 갤럭시 S6와 LG G4가 조기 출시되면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신규 아이폰이 나오고 마케팅 비용이 증가하면서 상고하저의 모습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의 경우 현대·기아차의 내년 생산량이 올해보다 각각 3.1%, 5.3% 늘어나겠지만 중국 실적이 변수로 점쳐졌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팀장은 "글로벌 자동차 수요증가의 핵심은 중국"이라며 "환율과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심화가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선산업은 내년도 대형 3사 수주량이 338억~385억달러(약 35조5,300억~40조4,700억원)로 올해 대비 1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본과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확대되고 환율이 급변하고 있어 내년에도 업황은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다.
철강산업의 경우 중국을 포함한 내년도 글로벌 소비증가율 전망치가 3.3%에서 최근 2.0%로 하향 조정될 정도로 업황이 좋지 않다. 주요 변수로는 중국 경기둔화 우려와 경제구조 변화, 철광석 가격 약세 등이 꼽혔다. 여기에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도 철강업체의 부담을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과 건설은 부정적인 요인과 긍정적인 요인이 혼재돼 있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과잉재고 해소가 관건이지만 납사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합성수지도 양호한 시세가 유지돼 긍정적이다.
건설은 정부 발주 물량이 감소세지만 지난 2012년 이후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내년에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판관비용 감소에 따라 내년도 대형 건설업체의 영업이익률은 4%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게 박형렬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의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