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쏟아지는 상품 투자자 권익보호 강화

증권사 계약 일방 파기 등 불공정 행위 대폭 수정


금융투자협회가 금융투자상품 약관을 손질한 것은 금융시장이 발전하면서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정작 투자자들의 권익은 소홀히 다뤄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들어 시장의 인기를 끌고 있는 랩어카운트 상품만 하더라도 고객이 모르는 사이 펀드매니저가 바뀌면서 자산의 건전성이 위협 받는가 하면 손실이 발생한 경우 금융회사와 고객 간의 책임관계도 명확하지 않는 등 투자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내용이 많았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1년 동안 금융투자상품의 약관을 면밀히 심사해 40개가 넘는 불공정 약관에 대한 시정요구를 지난달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금융투자협회가 마련한 개선안에는 ▦랩어카운트 펀드매니저 선임ㆍ변경 ▦중도해지수수료ㆍ선 지급 보수 환급 등의 개선 ▦고객 손실 발생시 회사와 고객의 책임관계 ▦금융투자회사의 일방적인 계약 파기 방지 ▦신탁계약 자동연장 사례 ▦주식담보 융자 기간 연장 기준 등 고객의 이익과 밀접하게 연관된 약관의 불공정 해소를 위한 방안들이 주로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A증권 일임형종합자산관리계좌 약관에는 ‘고객지시에 따른 운용으로 손실이 난 경우나 회사 이외의 제3자의 행위로 고객자산에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해당 금융투자회사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이 같은 경우라도 회사에게 고의 또는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금융투자회사도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며 관련 약관의 개정을 금융위에 요청했다. B증권 CMA서비스이용약관에 ‘증권카드의 위ㆍ변조에 따른 사고에도 (금융투자회사에) 귀책 사유가 있을 때만 회사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된 조항도 불공정한 것으로 지적됐다. 개선안은 “접근매체의 위조나 변조로 발생한 사고, 계약 체결 또는 거래지시의 전자적전송이나 처리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로 이용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금융기관 또는 전자금융업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는 법령을 우선 적용해야 한다는 수정 예시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현재 일부 금융투자회사의 약관에는 일임형 종합자산관리계좌에 가입한 고객이 계약의 중요사항을 위반하면 회사는 전화 등으로 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다고 나와 있지만 공정위는 “고객에게 일정기간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아무런 시정조치가 없는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약관의 ‘무효’를 선언했다. 또 고객이 종합계좌설정계약을 체결하면 주식ㆍ수익증권ㆍ선물옵션계좌 개설이 가능하지만 금융투자회사의 ‘업무상 필요’에 의해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과 관련해서도 “해당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금융투자회사가 고객의 주식담보융자 만기기한의 연장신청을 거부하기 전에 거부 사유를 고객에게 알려야 하고 담보융자 대상이 될 수 없는 증권의 기준도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MA의 수수료 변경ㆍ채권환매 중지 등 주요 사항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는 관련 내용을 지점에 비치하거나 홈페이지에 공시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고객들에게 서면 등의 방법으로 직접 통지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정위의 시정요구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금융투자상품에 제조업상품 수준의 소비자 보호가 요구되고 있는데 금융투자상품의 성격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측은 “정해진 법에 따라 약관심사를 진행해 시정요구를 했고 소급 적용되지는 않는다”며 “업계의 불만이 이해는 가지만 금융투자상품 소비자 보호를 위해 앞으로도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약관심사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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