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7월 14일] 뉴욕의 비빔밥이 대접받으려면

한식과 일식처럼 나라 이름을 내건 음식이 '보통명사'로 여겨지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 세계 각국마다 독특한 음식문화가 없지는 않겠지만 세계인이 보편적으로 알고 있는, 나라 이름을 딴 음식문화는 그리 많지 않다. 동양권으로는 한국ㆍ중국ㆍ일본ㆍ태국ㆍ베트남ㆍ터키 정도다. 중남미 쪽에서는 멕시코를 빼면 대부분 낯설고 유럽 역시 식민지를 개척한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독특한 음식문화를 즐길 만한 국가 브랜드형 식당이 많지 않다.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인 뉴욕 일원에는 300여개의 한식당이 성업 중이다. 수적으로 본다면 베트남ㆍ태국ㆍ터키 식당을 능가한다. 그러나 뉴욕의 한식당이 태국이나 터키 식당처럼 외국인이 먹고 편안히 즐길 수 있는, '세계화'에 성공한 식당이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국에 있는 한식당 손님들 대부분은 현지에 사는 한국인이거나 한국 관광객이다. 해외 여행 중에 한식당을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높은 가격에 비해 맛과 분위기는 형편없다는 불만을 갖는다. 외국인도 마찬가지다. 두사람 지나가기도 어려울 만큼 빼곡히 채운 테이블, 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손님을 내쫓듯 잽싸게 식탁을 정리하는 종업원, 갈비살을 재단용 가위로 잘라내는 모습, 식당 가득한 구이 냄새. 이들 모두는 이방인의 접근을 차단하는 요소들이다. 한류 붐을 타고 최근 한식 문화가 뉴욕 문화의 한축으로 제법 뿌리를 내리고 있다. 올봄 뉴욕을 방문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가족이 맨해튼의 한식당을 찾아 돌솥 비빔밥을 즐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종종 귀빈을 한식당에 데려가고는 한다. 외국인이 손님의 대부분인 곳도 더러 있다. 현지화에 성공한 뉴욕의 한식당의 경우 십중팔구는 퓨전식이다. 일부는 젓가락만 없다면 한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구식 차림이고 분위기도 카페를 연상하게 한다. 그렇다면 퓨전화만이 한식의 세계화를 보장하는 길일까. 찰진 밥과 국, 반찬이 나오는 한식은 외국인이 쉽게 즐기기 어렵다. 젓가락 사용법도 그렇고 교자상 앞에 가부좌를 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몇몇 성공한 퓨전 한식당의 식단이 무늬만 한식이라는 비판도 있다. 세계화할 만한 궁중 음식을 재발견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식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없는 웰빙식이다. 처음 접한 비빔밥의 식재가 자신이 일상적으로 먹는 재료라는 것을 알고서는 그 독특한 요리법에 경탄하는 이들도 있다. 퓨전식도 좋고 전통식도 좋다. 훌륭한 상품도 디자인과 포장이 뒤떨어지면 싸구려 취급을 당하듯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문화부터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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