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디자인, 범죄를 차단하다

● 염리동 골목길<br>소금길 운동코스로 바꾸고 지킴이집엔 비상벨 설치<br>● 강서구 공진중학교<br>샌드백·암벽 등반시설 등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활용

서울시가 ’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지역으로 선정해 범죄예방 디자인을 도입한 마포구 염리동(사진 왼쪽.가운데)과 강서구 가양동 공진중학교(오른쪽).

서울시가 디자인 개선을 통해 마을과 학교에서 발생하는 범죄 줄이기에 나선다.

서울시는 절도ㆍ폭력 등 각종 범죄 발생률을 낮추기 위해 범죄예방디자인(CPTED)을 도입하기로 하고 마포구 염리동과 강서구 공진중학교에 대한 시범 사업을 마쳤다고 17일 발표했다.


서울시내 대표적인 달동네로 꼽히는 마포구 염리동은 좁은 골목길이 거미줄처럼 나 있고 밤이 되면 조명시설이 열악한 곳으로 경찰청이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해 중점 관리하는 곳이다. 이곳 주민들은 "밤이 되면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아 급히 도움 청할 곳이 없다" "골목이 복잡해 신고할 일이 생겨도 정확한 위치를 알릴 수 없다"며 불안을 호소해왔다.

시는 경찰ㆍ학계ㆍ디자인 관계자들과 함께 범죄예방디자인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4월부터 염리동 CPTED 적용에 나섰다.

우선 주민들이 지나다니기 불안해했던 골목길을 연결해 '소금길'이라는 운동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1.7㎞ 길이로 걸어서 약 40분 정도가 걸리는 소금길에는 전봇대마다 1번부터 69번까지 번호를 달았으며 주요 지점에 신체 부위별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기구와 안내판을 설치했다. 으슥한 골목길을 운동코스로 바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범죄 가능성을 줄이고 전봇대 번호를 통해 신고자의 현재 위치를 정확히 알릴 수 있다는 취지다.


또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곳을 만들기 위해 범죄 이력이 없고 이곳에 오래 살아온 주민 가운데 6개 가구를 '소금지킴이집(사진)'으로 지정했다. 대문을 노란색으로 칠한 지킴이집에는 밝은 조명과 감시 카메라, 비상벨 등이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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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중심부에는 주민 커뮤니티 공간 '소금나루'를 설치했다. 편의 물품을 판매하면서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24시간 초소 역할을 하는 곳이다.

또 다른 시범 사업이 진행된 강서구 공진중학교는 교내 사각지대가 모두 색다른 문화공간이 됐다. 학생들이 춤이나 노래를 즐길 수 있는 무대와 암벽 등반시설ㆍ샌드백 등이 마련됐고 교무실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감시 카메라 8대가 배치됐다.

시는 내년에도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 CPTED 시범 사업을 펼친 뒤 성과를 분석해 사업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염리동 한서초등학교에서 시범사업 설명회를 열고 "늦은 밤 길거리에서 여전히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며 "도시 디자인 변화를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들이 정서적인 안정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임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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