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1월 20일] 친환경 車 패권 노리는 日

저탄소 녹색성장이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면 친환경차 기술이 차세대 자동차산업을 이끌어갈 주력 엔진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화석연료 고갈과 각국의 자동차연비 규제 강화, 친환경차 개발ㆍ보급에 대한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2010년은 친환경차 개발ㆍ보급의 원년이라 할 정도로 개발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당초 상용화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이 최근 각국의 정책적 지원과 기술 발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 등으로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산관학 협력해 기술격차 줄여야 일본 업체들은 친환경차 개발, 2차전지와 모터 등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의 핵심 부품ㆍ소재 분야에서 한발 앞서 가고 있다. 현재 친환경차의 선두주자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는 도요타와 혼다가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양산 모델도 미쓰비시가 지난해 세계 최초로 i-MiEV를 출시했고 닛산은 올해 LEAF를 투입할 계획이다. 자동차용 전지 분야에서 최근 구미(歐美)ㆍ한국 업체의 추격이 빨라지자 일본 업체들은 인수합병(M&A)과 설비투자 확대,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ㆍ연료전지차 등 차세대 자동차 보급목표를 정해 정책적으로 지원해왔으며 지난해부터 22개 법인이 참가하는 산관학 컨소시엄을 구성, 오는 2030년까지 성능을 7배로 높이고 코스트를 40분의1로 낮춘 전지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미국ㆍ유럽ㆍ한국ㆍ중국에서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 관련 기술의 국별 특허 출원한 건수를 보면 일본이 약 85%를 차지한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분야는 지난 1997년 세계 최초로 하이브리드차를 선보인 도요타, 다른 방식을 개발한 혼다가 대부분의 특허를 갖고 있다. 자동차의 세계표준을 정하는 국제연맹의 산하기관으로 현재 유럽ㆍ미국ㆍ일본ㆍ중국 등 53개국ㆍ지역이 참가하는 '자동차 기준 조화 세계포럼'도 하이브리드차ㆍ전기차의 안전 관련 세계표준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도요타ㆍ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표준으로 인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업계에서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관련 기술이 전기차ㆍ연료전지차의 기초기술이어서 외국 자동차업체들이 일본 업체의 특허를 피해가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시장이 확대되면 특허분쟁에 휘말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해서는 현재 어떤 기술이 국제표준이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상용화를 위해서는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ㆍ유럽이 산관학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전기차 분야에서는 중국의 BYD 등 신흥국 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시작돼 일본의 독주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차세대 친환경차 개발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이라기보다는 국가 간 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업체들의 경우 친환경차 개발과 관련한 기술격차를 급속히 좁혀가고 있지만 모터ㆍ전지 등 주요 부품과 소재ㆍ설계기술 등 원천기술면에서 아직도 선진국에 의존하는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이브리드·전기車 특허 선점 따라서 산관학이 협력해 10년 이상의 장기 목표를 가지고 일관성 있게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소재ㆍ부품ㆍ완제품에 이르는 가치사슬을 육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ㆍ제도개혁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산관학이 협력해 초기 시장형성 단계에서 기술격차를 축소해야 한다. 친환경차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인프라 구축, 규제 철폐 및 제도 정비 등 전방위적인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제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해 정책을 위한 정책으로 시간ㆍ예산을 낭비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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