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소응대(灑掃應對)'라는 말이 있다. '물 뿌리고 청소하며 어른의 부름에 응하고 대답하는 것'이라는 의미로 '소학(小學)'에 나오는 구절이다. '소학'은 일상 예절, 수신(修身), 충효(忠孝) 등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어 조선시대 초등교육기관인 서당에서 8세 정도의 어린이에게 필수로 가르쳤다. 당시 유교 사회에서 무엇보다 예절은 어릴 때부터 배우고 실천해야 할 기본과목이었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의 전 국민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금융지식은 양호한 편이나 실제 행동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을 받기 전 대출금 상환능력을 우선 점검한다'는 설문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비중은 71%로 나타났다. 나머지 약 30%는 상환능력을 따져보지 않고 대출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행태는 최근 5년간 신용회복위원회 및 법원에 채무조정이나 파산을 신청한 사람이 약 120만명으로 경제활동 인구의 4.5%에 이르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소학' 머리말에서는 예절 등을 반드시 어릴 때 익히게 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익힘이 지혜와 함께 자라며 교화가 마음과 함께 이뤄져서 감당치 못하게 되는 근심을 없게 하고자 함이다." 금융교육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내재된 태도가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어릴 때부터 배워 지혜를 얻고 체화(體化)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에서 금융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아쉽게도 현재 학교 금융교육은 많이 미흡하다. 무엇보다 금융교육 비중이 0.1%도 안돼 교육시간이 절대 부족하다.
오는 2018년부터 적용되는 새 교육과정이 공청회를 거쳐 9월께 확정된다고 한다. 청소년의 미래를 위해 초중고 전 과정에서 금융교육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절대 시간을 확보하고 체험 위주의 학습도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은 부모세대보다 더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금융환경에서 저금리와 장수(長壽)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조선시대 예절교육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 학교 금융교육은 금융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시대에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