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송현 칼럼] 인플레이션은 서민을 쥐어짜는 정책

이재웅<성균관대 명예교수ㆍ경제학> 우리나라에서 개인 소득세를 내지 않는 국민은 전체의 약 절반가량 된다. 그들은 대부분 소득이 없는 실업자나 직장을 은퇴한 노인. 또는 가난한 저소득층 등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너무 높은 것 같다. 그만큼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면세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역시 정치권의 포퓰리즘적 성향이라고 하겠다. 정부는 언필층 ‘세원을 넓히고 세율은 낮추겠다’고 약속하지만 언제나 세금 내는 사람은 적고 세율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어찌 보면 이거야말로 친서민 정책이며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어떠한 진보적인 정책이나 복지적 포퓰리즘도 재정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다. 유럽의 재정위기에서 보듯이 재정적 한계를 도외시한 정부의 선심성 지출이나 과다한 면세 혜택은 결국 재정적자를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저소득층, 실업자, 노인 등 취약계층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인플레이션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가렴주구(苛斂誅求)이다.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이 재정적자라면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 저소득층을 쥐어짜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당초의 정부의 선심성 지출은 무엇인가. 구태여 지적하자면 그거야 말로 실제로는 공허한 립서비스이며 이기적인 매표(買票)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국민으로부터 거두어드린 세금으로 서민에게 선심 쓰고 재정적자가 생기면 인플레션을 초래해서 결국 서민들을 쥐어짜는 게 포퓰리즘의 본질이다. 정부가 올해 경제운용 목표로 5% 성장과 3% 물가를 제시했다. 세계경기 둔화와 유럽의 재정위기 등 여러 가지 불확실성, 국제유가 및 원자재가격 상승 등을 감안하면 힘겨운 수치이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잡은 성장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출 못지않게 내수를 살려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연초부터 물가가 폭등세를 보이고 있어 거시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물가 관리는 서민가계의 안정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소득이 없는 실업자, 일 없는 노인, 소득이 낮은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인플레이션은 치명적인 위협이다. 친서민정책은 이들을 보살피는 정책이며, 물가안정에서 출발해야 한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친서민 정책이나 동반성장 전략도 빛을 잃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기업들은 왕성한 투자의욕을 보이고 있다. 삼성그룹이 사상최대 43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는가 하면 다른 기업들도 투자와 고용을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결코 쉽지 않은 터에 기업의 투자확대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장과 물가를 동시에 달성하는 것은 기업투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도 기업의 투자의욕을 고무하고 무엇 보다 친기업적 분위기 조성에 힘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명박 정부는 '작은 정부, 큰 시장'이라는 출범 초기의 국정기조를 회복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초 많은 사람으로부터 '경제 살리기'의 기대를 받고 탄생했으나 임기 후반에 접어들면서 '친서민 정책'과 '공정사회'라는 이슈를 통해 인기영합적인 방향으로 정책이 선회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정부의 개입과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정책은 성장과 물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친서민 정책조차 어렵게 한다.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고 장담하던 MB정부는 역시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로 기업활동이 활발해지면 세입도 늘어난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소득 증대로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세금 감면도 성장동력 확충과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감세는 부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며 친기업 정책은 기업에 유리한 정책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친기업 정책과 친서민 정책이 따로 있고 서로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 물가와 성장,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이 바로 친기업 정책이며 친서민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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