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가보조금 줄줄 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한해 50조원 가까이 나랏돈이 지급되는 국고보조사업 중 절반이 애먼 곳에 쓰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고보조사업운용평가단이 10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운용평가 결과에 따르면 32개 부처에서 실시하고 있는 1,422개 사업 중 정상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734개뿐이었다. 나머지 688개는 즉시 폐지되거나 통폐합 또는 사업방식 변경 등이 요구되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렇게 새는 국민 혈세가 무려 16조원. 제대로만 집행됐다면 정부가 경제살리기용으로 따로 추가경정예산을 책정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러한 지적이 국고보조사업을 평가할 때마다 계속 나왔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국고보조사업의 '정상추진' 비율이 최근 5년간 60%를 넘어선 때는 2011년 단 한번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40~50% 안팎을 배회했다. 그나마 2013년 50% 미만이었던 비율이 지난해와 올해 51%로 올라선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당연히 민간기업이 해야 할 사업에 지원금을 쏟아붓는 이상한 사례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해외양식업 투자를 위한 사전조사 용역이 도대체 공공성과 어떤 관련이 있길래 해양수산부에서 7,000만원을 내줬는지 모를 일이다. 올해 즉시폐지 권고를 받은 중소기업청의 해외전문인력 채용지원사업은 1년 전에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국고보조사업=눈먼 돈'이라는 지적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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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원인은 지원기준이 분명하지 않아 정치적 입김이 반영되기 쉬웠다는 데 있다. 무주공산으로 여겼으니 보조금을 둘러싼 잡음도 커질밖에. 2010년 6월에는 감사원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행정안전부·환경부 등 3개 부처의 보조금 지원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477억원 규모의 부당지급 사례를 찾아낸 바 있다. 지난해에는 국고보조금이 들어간 사업 중 3조1,675억원이 각종 비리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문제의 해법으로 보조금관리위원회 설치를 통한 지원과 사업 적격성 심사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데 심사만 강화한다고 될까. 그보다 사업 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사후 관리에 대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눈먼 돈'이라는 오명을 없애는 게 선행돼야 한다. 결정 당사자와 책임자를 명시하는 국고지원사업실명제도 검토해볼 만하다. 국민 혈세 낭비를 막고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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