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 <1> 초일류 기업은 창조력 보유

"모험하라 창조하라…기업이 변화한다" <br>구글-배너광고 없애고 속도 개선…검색 황제 등극<br>메리어트 호텔-경영만 대행하며 中價호텔 늘려 업계 신화로


[이건희 회장의 '창조경영'] 초일류 기업은 창조력 보유 "모험하라 창조하라…기업이 변화한다" 구글-배너광고 없애고 속도 개선…검색 황제 등극메리어트 호텔-경영만 대행하며 中價호텔 늘려 업계 신화로 2005년 4월11일. 미국 오거스타에서 열린 마스터스 16번홀. ‘레드 버드’라고 불리는 이 홀에서 타이거 우즈는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급경사가 있는 그린 왼쪽에 떨어진 공은 파 세이브도 힘든 상황. 우즈는 회심의 칩샷을 떨어뜨렸고 공은 마치 낫 모양으로 90도 꺾여 홀 앞에서 1.5초 정도 숨을 죽이더니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우즈는 이 칩샷 하나로 700만달러의 상금과 함께 4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천재 골퍼인 우즈의 감각일까. 21세기 초일류 기업들은 다양한 복합능력을 구축하고 있다. 같은 공장, 같은 설계도로 만든 제품이 하나는 초히트상품으로, 다른 하나는 별볼일 없는 제품으로 전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올까. 제품도 운이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우즈가 그 까다롭고 비탈진 그린 위에 남들이 발견하기 힘든 새로운 공간을 찾아내고 그림 같은 칩샷을 구사해 버디로 연결지었듯 기업의 복합적인 창조능력이 제품의 성공을 결정지은 것이다. 시장을 보는 눈,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조건을 파악하는 판단력 등이 일시에 작동한 결과다. ◇잭 웰치를 버려라=지난 80ㆍ90년대 GE 신화를 만들며 경영의 신으로 여겨지던 잭 웰치. 올 7월 미국의 경영전문지 포천은 ‘잭 웰치의 경영지침서를 찢어버리라’고 말하며 “잭이 구글의 CEO였다면 잭의 방식이 통했겠는가”라고 되묻는다. 잭 웰치가 구글의 CEO였다면 어떻게 구글을 변화시켰을까. 잭의 방식대로라면 구글은 다른 인터넷 기업을 인수합병하거나 경쟁력이 약화된 검색시장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찾았을 것이다. 잭 웰치가 외면했을 검색시장에서 구글의 세리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는 고객을 주목했다. 경쟁 검색엔진들이 백화점식으로 사업을 확장할 때 구글은 불필요한 배너광고와 링크를 없애 고객이 필요한 정보를 가장 빠르게 얻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편하며 인터넷 세계의 새로운 황제로 떠올랐다. 포천이 말하는 잭 웰치를 버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창조적인 제품. 역사상 가장 창조적인 인물이었던 에디슨의 후예답게 지금도 GE가 창조적인가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덩치가 크고 이익을 많이 내는 코끼리일지는 몰라도 GE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창조적이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GE가 ‘더이상의 비전을 찾지 못하겠다’며 버렸던 가전사업에서 삼성전자와 일본의 마쓰시타는 LCDㆍPDP TV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도전과 창조는 변화를 부른다=‘핫 숍’이라는 간이식당으로 출발한 메리어트. 전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메리어트 호텔은 도전과 창조의 산물이다. 메리어트 호텔의 확장은 호텔을 부동산의 개념에서 상품으로 바꾼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됐다. 메리어트는 호텔을 소유하기보다는 호텔을 지어 팔고 대신 경영을 대행하며 매각자금으로 또 다른 호텔을 건설하는 식으로 호텔을 늘려갔다. 80년대 이후 메리어트는 다시 한번 창조적인 도전을 실천한다. 여태까지 쌓아놓은 고급이미지를 망가뜨릴 수도 있는 중가격대 호텔을 설립한다. 메리어트는 중가격대의 호텔체인을 설립하며 예상을 깨고 최고급의 이미지를 고집하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보다는 애초에 약속한 일관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며 전세계 70개국의 2,200개의 호텔체인을 확보하는 호텔업계의 신화를 만들었다. JW 메리어트 2세는 그의 저서 ‘메리어트의 서비스 정신’에서 “아무런 모험을 하지 않는 회사는 결국 모험을 하는 회사에 뒤처질 것이다. 변화를 선도하지 않으면 변화의 뒤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환경에 적응하기보다 환경을 만들어라=최근 글로벌 기업들에 요구되는 덕목은 ‘환경 적응력’이 아니라 ‘환경 창조력’이다. 쉽게 말해서 ‘생존할 수 있는 환경(수익을 잘 올릴 수 있는 기존 영역)’으로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생존에 최적의 환경(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사한 기술, 유사한 조건들 속에서) 기업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한다는 것은 차별적인 수익원을 확보한다는 의미”라며 “(차별적 수익원을 확보하는) 이 같은 능력은 신제품 개발력에서도 작동하지만 시장 자체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더 결정적으로 작동한다”고 말했다. 83년 제임스 휴트 코닝 사장은 100년 가까이 톱 브랜드로 성공을 거둔 소비재용품 시장에서 철수를 결심했다. 성장의 한계에 이른 사업에서 벗어나 새로운 첨단 기술제품으로 코닝을 바꿔나갔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광섬유에 도전하는가 하면 지멘스ㆍ미쓰비시ㆍ삼성전자 등과 국제 합작법인을 설립해 첨단소재 사업으로 코닝의 사업영역을 변경했다. 특히 코닝의 광섬유 진출은 그동안 기술적인 문제로 상업화에 속도를 내지 못했던 광섬유 분야가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로 접어드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코닝은 100년 전통을 고집하기보다는 새로운 사업영역에 과감하게 진출하며 자신만의 시장을 창조해낸 셈이다. 김상국 경희대 교수는 “창조적 경영은 경쟁 속에서 나온 자연스러운 산물”이라며 “치열한 경쟁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이에 따른 강한 실천력을 필요로 한다”고 지적한다. /특별취재팀 정상범 산업부 차장(팀장), 김현수, 김호정, 김민형, 김상용 산업부 기자 hskim@sed.co.kr 입력시간 : 2006/11/0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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