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다음달 첫째주 무렵에 발표될 예정이다. 정책 발표 한달을 앞두고 기획재정부는 최근 각계각층으로부터 건의서를 받았다. 아울러 조만간 관계부처별 협의를 개시하는 정책조율작업을 본격화한다.
경제계는 개편안의 윤곽이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세부담의 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정부가 발표한 각종 정책자료나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경기회복이나 복지확충을 위해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 세금을 낼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을 중심으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뚜렷하다. 반면 서민과 중소기업에 대한 세부담은 선별적으로 경감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깎아준 국세 금액 중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돌아가는 몫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으로 40%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난 수년간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정비한 덕분에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돌아가는 올해의 세제혜택은 국세의 비과세ㆍ감면총액 중 정확히 40%까지 내려갔는데 대부분 2014년부터 적용될 새 세제개편안은 이보다 비과세ㆍ감면 요건을 더 강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간 최대 2,500만원인 소득세법상 특별공제 인적 한도 하향 조정과 장기저축성보험ㆍ세금우대종합저축ㆍ개인연금저축 등에 대한 세제혜택 기준 강화 등의 가능성이 점쳐진다. 기재부의 한 당국자는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금융상품에 비교적 높은 금액을 불입할 수 있는 정도의 여력이 있다면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다고 본다"며 "이렇게 담세력이 있는 분들에게 과도한 세제감면 혜택을 줬던 것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세금감면 혜택을 봤던 교육비와 의료비ㆍ보험료 등도 축소ㆍ폐지되고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학계에서는 보험공제 중 생명보험 등에 대해, 교육비공제 가운데서는 대학 관련 비용 등에 대한 공제혜택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서민과 고용 지원을 위한 조세지출은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공제혜택을 받았던 소득세법상의 '다자녀 추가공제' 대신 환급형 세액공제인 자녀장려세제(일명 '새 아기장려금 제도') 도입이 추진된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조세지원도 고용연계형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조세연구원은 중소기업에 대한 공제제도를 '기본공제율+고용창출공제율' 구조로 전환할 것을 제언한 상태다. 이는 투자고용창출세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된다.
다만 중소기업계가 도입을 요청한 건의사안 중 일부는 적용 여부가 불투명하다.
관계당국들에 따르면 중소기업계는 기재부에 ▦중소기업 근로자 소득공제 신설(연간 100만원 한도) ▦중소기업 근로자 전용 재형펀드 신설 ▦가업상속공제 기존 완화 등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의 한 간부는 "아직 구체적인 검토작업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생각하는 세제개편의 큰 방향에 부합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의 큰 방향성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출 방침이다. 기재부 간부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경제부흥ㆍ국민행복ㆍ문화융성과 같은 기조가 세제개편안에 녹아들 것"이라며 "이를 보다 구체화하면 성장동력 확보, 서민생활 지원, 재정건전성 확보 등으로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전했다.
기재부는 다만 세법개정안 마련시 국민적 정서, 국회 통과 가능성, 경제 파급효과 등도 면밀히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국책연구기관으로부터 건의 받은 비과세ㆍ감면 정비 방안 중 농민ㆍ근로자의 세부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강도나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