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KRX 금시장 개장 2주] 가격 메리트 있지만 거래 신통치 않네

은행보다 접근성 떨어지고 위험자산 선호현상도 한몫

하루 거래대금 1억대 그쳐 도매 세혜택 등 지원 필요


지난달 24일 개장한 KRX 금시장이 2주가 지나도록 좀처럼 거래량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 개인이 1㎏ 골드바를 매입하는 기준으로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은 골드뱅킹 매입가, 장외 소매가 등보다 싸 가격 메리트는 있지만 체감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도매시장 쪽에서는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 현물 1g은 KRX 금시장에서 440원 내린 4만4,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 금가격 하락에 따라 KRX 금시장 개장일인 24일보다 2,740원 떨어진 수준이다. 이날 오후3시 기준 국제 금가격은 4만3,600원이다.


KRX 금시장에서 1㎏의 골드바를 구매하고 인출할 때는 4,865만3,000원이 든다. 시세에 따른 1㎏ 매매가에 부가세 10%, 예탁원 인출 수수료(2만2,000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신한은행 골드뱅킹에서 구매할 때는 이보다 비싼 5,042만8,774원이 든다. 골드뱅킹 매입가격에 부가세 10%를 합한 금액이다. 직접 금은방에 전화를 걸어 물어본 골드바의 가격은 5,030만6,000원이며 귀금속판매업 중앙회 장외가격은 5,805만원이다. KRX 금시장이 소매가를 기준으로는 가장 싼 가격인 셈이다. 다만 장외 도매가(4,837만원)보다는 높다.

KRX 금시장은 추가적인 세제혜택과 저렴한 거래 수수료로 가격 매력은 있는 편이다. 개인투자자들은 내년 3월까지 1년간 장내거래에 대해 거래수수료를 면제 받고 개인으로부터 거래를 위탁 받는 증권사는 0.3~0.5%의 위탁수수료를 내는 것과 비교해 골드뱅킹은 거래수수료가 1%다. 또 골드뱅킹에서 금은 파생결합증권(DLS)으로 구분돼 시세차익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과세하는 반면 KRX 금시장에서는 주식거래처럼 장내 거래로 해석되기 때문에 이익분에 대한 과세가 없다.

가격 메리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량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시장 개설 이후 KRX 금시장 거래대금은 1억7,603만원에 불과하다. 2주 동안 거래 첫날의 거래대금(2억8,075만원)보다 많은 날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풀이된다. 우선 은행과 실물 사업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KRX 금시장에서 금을 거래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계좌를 추가로 개설해야 하는데 개인 투자자들이 이미 계좌를 가지고 있는 은행이나 거주지 근처의 실물 사업장으로 몰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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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중은행 골드뱅킹 관계자는 "현재는 한시적인 세제혜택 등 개인 고객들이 금 거래를 할 때 KRX 금시장에 가격 메리트가 있는 것은 맞지만 어차피 금 시장이 국제 금시세를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고 그마저도 한시적"이라며 "가격 메리트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금 거래를 하기 위해 증권사 계좌를 추가로 개설하는 것도 번거로워 여전히 KRX 금시장의 거래량이 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가격 측면에서 소매시장에서는 매력이 있지만 도매시장에서는 매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금은방을 운영하는 한 실물사업자는 "현재 KRX 금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금에는 농어촌특별세 0.6%가 포함돼 국제 금가격의 101% 수준으로 거래되는 반면 장외에서 거래될 경우 농특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실물 사업자들은 KRX 금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이 국제 금가격의 100.5%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참여를 꺼려할 것"이라며 "50원, 100원 차이로 장사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0.6%가 상당히 크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생기면서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줄어드는 점도 금 거래 활성화 부진의 이유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진국에서 이머징으로, 유로존 핵심 국가에서 주변국으로 자산이 본격적으로 이동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되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까지는 위험자산에 유동자산이 몰릴 가능성이 크고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내년 4월부터 금 거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거래소 측 역시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도현 한국거래소 금시장운영팀장은 "개인이 금을 거래할 때는 KRX 금시장에서 가격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거래량이 늘 것으로 보고 있고 도매시장 부분에서는 정부 차원의 활성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 KRX 금시장을 기반으로 한 금융상품이 출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문일 외환선물 연구원은 "KRX 금시장을 기반으로 금 선물 상품이나 펀드 등을 만든다면 간접거래 수요가 증가해 지금보다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지난해 금 가격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추후 가격이 올라 실제 수익이 발생하는 투자자가 생긴다면 역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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