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이른바 '오바마케어 전투' 결과에 따라 미국 사회도 '큰 정부냐' '큰 시장이냐'를 둘러싸고 또다시 이념적 방향타를 결정할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이 30여년에 걸친 신보수주의 시대를 끝내고 국민복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지만 오바마케어가 좌초될 경우 미국 사회는 또다시 급격히 보수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와 백악관이 9월30일(현지시간) 자정(한국시간 1일 오후1시)까지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 예산안 합의에 실패하면서 연방정부는 1일 0시부터 부분적인 임시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미 연방정부가 셧다운에 돌입하기는 1995년 12월~1996년 1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은 오후8시50분께 데드라인을 불과 3시간 앞두고 오바마케어의 핵심인 건강보험 의무 가입조항을 1년 유예하는 방안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상원은 1시간 뒤 곧바로 부결시켜 하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일 하원이 오바마케어 관련 예산을 모두 빼버린 잠정 예산안을 통과시킨 후 하원과 상원을 무려 7차례나 오가는 핑퐁게임을 거듭하더니 결국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연방정부 폐쇄에 돌입한 것이다.
일단 이번 셧다운 사태가 단기로 그치면 경제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씨티은행과 시장조사 업체인 IHS는 정부폐쇄 기간이 1주일 정도 이어질 경우 올 4ㆍ4분기 미 성장률이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떨어지는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1일 아시아 금융시장은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미 정부 폐쇄 우려가 지난달 30일 시장에 모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0.2% 오른 1만4,484.72에 장을 마쳤으며 코스피지수는 0.1% 상승한 1,998.87로 마감했다. 인도ㆍ필리핀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이 장중 0.5% 내외의 상승폭을 보였다. 싱가포르 소재 CMC마켓의 데스몬드 추아 애널리스트는 "시장은 어제부터 미 정부 폐쇄를 예상하고 있었다"며 "예상과 똑같은 결과가 나와 시장이 잠잠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한달 정도 장기화할 경우 내수가 직격탄을 맞는 가운데 성장률이 1.4%포인트나 추락하며 미 경제가 또다시 침체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더 큰 문제는 미 정치권의 오바마케어를 둘러싼 교착상태가 2주일 이상 이어질 경우 정부 부채한도 상향조정도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 경우 10월 중순께 예산이 바닥난 연방정부가 디폴트 사태를 맞으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재앙을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