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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는 킬러전쟁

조별리그 1경기씩 남겨두고 벤제마·판페르시 등 5명 3골

메시·수아레스 등 8명은 2골

브라주카 정확한 슈팅 가능해져 12년만에 5골=득점왕 깨질지 관심


'12년 만에 5골의 벽을 깨고 득점왕에 오르는 선수가 나올 것인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화끈한 '골 잔치'가 벌어지면서 득점왕 경쟁도 뜨겁다. 22일(한국시간) 현재 카림 벤제마(프랑스), 토마스 뮐러(독일), 엔네르 발렌시아(에콰도르), 아리연 로번, 로빈 판페르시(이상 네덜란드) 등 5명이 3골을 기록하며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또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앙드레 아유(가나), 제르비뉴(코트디부아르), 마리오 만주키치(크로아티아). 팀 케이힐(호주) 등 8명이 득점 공동 2위(2골)에 자리했다. 득점 선두그룹의 선수들이 아직 조별리그에서 1경기씩을 남겨둔 상황이어서 이번 월드컵에서는 '5골=득점왕' 공식이 깨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두 차례 월드컵에서는 5골을 기록한 선수들이 모두 득점왕에 올랐다. 2006년 독일 대회에서 미로슬라프 클로제(독일),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토마스 뮐러(독일)가 각각 5골씩 넣으며 '골든부트(Golden boot)'를 안았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화끈한 공격축구가 펼쳐져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호나우두의 득점왕 기록(브라질 8골) 돌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역대 월드컵 최다 골 기록은 1958년 스웨덴 대회 당시의 쥐스트 퐁텐느(프랑스·13골)가 갖고 있는데 '티키타카', '10백 수비' 등 미드필더와 수비 전술을 강화한 2000년대 축구에서는 더 이상 나오기 힘든 기록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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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골 득점왕'의 공식은 이번 대회에서 충분히 깨질 수 있다. 무엇보다 대회 공인구인 '브라주카'의 특징이 다득점을 내는 데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브라주카는 표면을 구성하는 조각 수가 6개에 불과해 구(球)에 가깝게 제조됐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피버노바(32개), 2006년 독일대회의 팀가이스트(14개),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의 자블라니(8개)에 비해 조각 수가 적어 슈팅의 정확성이 높아졌고 스피드가 빨라졌다. 실제 5월 일본 쓰쿠바대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브라주카는 초속 10~25m로 날아갈 때 받는 저항력이 자블라니에 비해 적어 볼의 속도가 빠르다. 벤제마·메시·로번 등 정확한 슈팅을 구사하는 공격수들이 찬 볼에 스피드까지 더해져 골키퍼가 막아내기 어려워졌다는 말이다.

스트라이커 1명이 책임지기보다는 2~3명의 공격수 조합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점도 6골 이상의 득점왕 배출을 기대하게 한다. 네덜란드는 이번 대회 2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고 이 가운데 6골을 판페르시와 로번이 합작했다. 상대 수비진이 판페르시와 로번을 모두 봉쇄해야 해 스트라이커 1명을 막을 때보다 상대적으로 수비가 힘들어진다. 프랑스 역시 벤제마, 올리비에 지루, 마티외 발뷔에나의 삼각편대를 앞세워 2경기에서 8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벤제마가 3골, 지루와 발뷔에나가 각각 1골씩을 넣었다. 벤제마는 온두라스전에서 최전방 공격수 역할을 맡았지만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처진 스트라이커로 나왔다. 벤제마 대신 최전방에 배치된 지루가 선제골을 넣으며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벤제마는 그 대신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특급 도우미' 역할을 해냈다. 결국 지루의 존재로 벤제마의 공격 포인트 획득이 쉬워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스타들의 존재감 과시도 12년 만의 최다골 득점왕 배출을 기대하게 한다. '월드컵 무대에만 서면 작아졌던 남자' 메시는 이번 대회에서 특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뜨린 데 이어 이란과 2차전에서도 후반 추가 시간에 극적인 결승골을 꽂아넣었다. 아르헨티나의 16강이 확정된 만큼 메시는 최소 2경기에서 더 골 사냥에 나설 수 있다. 브라질의 네이마르와 우루과이의 수아레스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고 있다. 네이마르는 크로아티아와의 개막전에서 2골을 신고했고 수아레스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렸다. 네이마르는 멕시코전에서 침묵했지만 언제든 골을 몰아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수아레스 역시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1골)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이기 시작했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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