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오너의 친인척이 설립해 계열사에서 떨어져 나간 '친족분리기업' 현황에 대한 전면조사에 나선다.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있는 기업은 해당 대기업의 계열사로 다시 편입할 방침이다. 이들 친족분리기업은 법적으로 대기업 계열사에 포함되지 않아 일감 몰아주기 금지 등 경제민주화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대기업 오너 친인척 기업들이 '공정위발 경제민주화 태풍'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됐다.
공정위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친족분리기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며 "조사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된다면 해당 기업을 계열 편입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송호창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친족 분리된 기업은 287개에 달한다.
공정위에 따르면 A대기업 총수의 사촌이 10여년 전 세워 독립한 B기업의 경우 공정위 조사를 통해 분리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경우 다시 A기업 계열사로 들어가게 된다. B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대기업 규제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상 친족분리 요건을 각 기업이 만족시켰는지 꼼꼼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친족분리 요건은 6촌 이내 친족(인척은 4촌 이내)이 운영하는 계열사 가운데 ▦상호보유 지분 3% 이내(상장사 기준, 비상장사는 15% 이내)이고 ▦임원겸임 ▦채무보증 ▦상호대차가 없을 경우 각각 독립성을 인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중 친족범위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지만 상호보유 지분 및 임원ㆍ채무보증 현황이 이번 공정위 조사로 밝혀질 경우 파장이 예상된다. 지분과 채무ㆍ인적교류 등으로 친족기업이 서로 얽혀 있다면 이를 과연 독립기업으로 봐도 좋으냐 하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친족분리 요건 중 '거래의존도' 조항이 되살아날지도 관심을 끈다. 거래의존도 요건은 친족기업의 거래에서 모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분리를 인정하지 않는 조항으로 1999년에 삭제됐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거래의존도는 법에 규정이 없는 만큼 조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서는 "친족분리기업의 기존 소속기업 거래비중이 높다면 이 또한 일종의 '일감 몰아주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며 상황에 따라 조항이 부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현재는 친족분리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어 이를 확인하고 관련자료를 데이터베이스(DB)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