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ㆍ이라크 국경 지대에서 쿠르드족의 습격과 터키군의 반격이 이어지면서 대규모 무력 충돌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 새벽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게릴라들이 터키ㆍ이라크 국경 지역인 하카리주(州) 다글리차 마을 근처 산악 지대에서 습격을 감행, 터키 병사 1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다쳤다. 터키군도 곧장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족 기지에 포격을 가해 반군 3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교전은 지난 17일 터키 의회가 이라크 월경을 승인한 후 처음 발생한 것이다.
양측의 충돌 몇 시간 뒤에는 국경 인근 도로에서 PKK가 설치한 지뢰가 터져 미니버스에 타고 있던 민간인 17명이 부상하는 사건도 뒤따랐다.
레젭 타입 에르도간 터키 총리는 교전 직후 "이라크 정부에 국경 인근의 모든 PKK 기지를 폐쇄하고 반군 지도자들을 체포 및 인도할 것을 요구하며, 월경 작전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라크 의회는 터키의 쿠르드족 자치 지역에 대한 침공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승인하고, 이라크 내 쿠르드족 지도자들은 터키가 국경을 넘어 군사 행동을 개시할 경우 응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쿠르드족 출신인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려면 쿠르드족 게릴라들은 모두 이라크를 떠나라"며 "PKK당은 군사 조직에서 민간, 정치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세계적 유전 지대인 이라크에 전운이 감돌면서 국제유가의 상승세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터키 의회가 쿠르드족 반군 소탕을 위한 이라크 파병을 승인한 지난 17일에도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쿠르드 지역에서 터키로 향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수송이 지난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거의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근거로 심리적으로 과민하게 반응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