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경이 만난 사람]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저축銀 부실 PF사업장중 30곳 우선 정상화 할 것"



"부실채권 추가매입 자금 넉넉… 저축 銀2차 구조조정 준비 끝나
쌍용건설 내년 11월까지 못팔면 정부에 주식으로 반환할 것
신용회복기금은 대통령 공약사업 통폐합 대상 거론은 부적절"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사들인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338개 중 30개를 최근 우선 정상화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사업성 높은 곳들을 추려 조만간 매각할 계획입니다." 장영철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은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가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저축은행 2차 구조조정에 관한 대비가 끝났다"며 "추가로 부실 채권을 매입할 자금도 넉넉한 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장 사장은 지난 7일 기획재정부가 체납국세 징수업무를 캠코에 위탁하기로 해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이 반발하는 데 대해 "체납된 부분이라도 세금을 걷는 것은 나랏일인데 효율성뿐 아니라 공공성도 중시해야 한다"며 "(정부가) 재정확보와 국민 기본권 보호의 조화를 위해 적절한 선택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캠코가 운용하고 있는 신용회복기금에 대해 "대통령 공약사업으로 일부에서 통폐합을 거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장 사장은 부실채권관리기금을 통해 보유 중인 쌍용건설 지분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과 교보생명ㆍ대우일렉트로닉스ㆍ쌍용양회 주식 등을 내년 11월까지 최대한 매각하기 위해 노력하되 시장여건상 제값을 받기 어려우면 정부에 주식으로 반환할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는 이들 회사의 보유지분 가치를 1조원 이상으로 평가했다. 캠코는 위기일수록 빛을 발하는 공공기관이다. 캠코의 업무영역도 부실채권 정리에서 개인신용회복 지원, 국유재산 위탁 관리 및 개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 사장은 이를 두고"위기 때마다 기능을 진화시켜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높이는 트랜스포머 같은 존재가 캠코의 지향점"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국의 경제·사회에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저축은행 구조조정에서도 캠코를 빼놓을 수 없다. 위기의 저축은행업계 전망과 구조조정 계획 등을 장 사장에게 우선 물었다. "지난해까지 저축은행 부실 PF 사업장 338개, 5조2,000억원어치의 채권을 매입했는데 정상화를 통한 매각은 저축은행의 반대 때문에 전체의 2%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하순 4차로 저축은행 PF 부실채권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저축은행의 충당금 적립 부담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되 캠코가 PF 채권 매각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습니다. 위치가 좋아 사업성이 우수한 PF 사업장 30곳을 최근에 정상화 우선 추진대상 사업장으로 선정했는데 조만간 일부를 매각하면 저축은행 정상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실 PF 사업장을 정상화해 매각하면 그만큼 부실이 줄어드는 만큼 단순 '관리'에서 벗어나 저축은행 PF 채권을 적극적으로 정상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저축은행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달 하순 2차 구조조정을 캠코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6월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 매입을 위해 당초 3조5,000억원의 구조조정기금을 마련해뒀습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저축은행의 PF 채권 매각 신청이 저조해 1조9,000억원을 매입했고 투입된 자금은 약 1조4,000억원 정도입니다. 자금이 넉넉하게 남아 있어 2차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은 확보된 상황입니다. 문제는 저축은행 경영자들이 이제는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고 변화된 경제상황을 객관적으로 직시하느냐입니다. 부동산 버블에 편승해 과도하게 PF 대출을 하고 위험관리를 하지 않은 저축은행 대주주 중 일부는 여전히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 개선될 수 없습니다." 저축은행의 부실 PF 채권을 매입하는 재원인 구조조정기금은 공적자금으로 해운사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선박매입에도 투입되고 있다. 지난해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해운업 경기는 다시 바닥으로 추락해 해운업체들의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해운업체들의 실제 경영난은 얼마나 심각할까. "해운업계는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최근 시황 회복이 늦어지는데다 고유가로 연료비까지 상승해 유동성 위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캠코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ㆍ국토해양부와 협의해 5,000억원 내에서 선박매입을 재개하기로 했는데 최근 집계 결과 10개 회사가 36척이나 신청했습니다. 36척의 매입 희망가격이 11억달러에 달합니다. 2009년부터 2차에 걸쳐 4개 선사 27척을 매입했는데 추가 신청이 쇄도한 겁니다. 매입 요청기업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도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달 말 선박매입심의위원회를 열었는데 신청기업의 선박을 다 사줄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해운사들과 가격협의를 한 뒤 이사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12월 초쯤 최종 선박매입이 확정될 듯합니다." 캠코는 구조조정기금과 함께 부실채권정리기금의 실질적인 집행업무도 맡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설치된 부실채권정리기금의 법정 운용시한은 내년 11월까지다. 부실채권기금이 보유한 회사들의 매각은 재계와 인수합병(M&A)시장에 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장 사장은 개별 회사의 매각계획을 하나씩 설명했다. "캠코가 매각을 주도하는 기업은 쌍용건설입니다. 매각주간사(언스트&영 및 신한금융투자), 회계자문사(삼정KPMG), 법무자문사(화우)들이 선정됐기 때문에 10월 초를 전후해 매각공고를 낼 겁니다. 교보생명은 기업공개 추이를 봐가며 매각시기와 방안을 도출하려고 하는데 상장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다른 방법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이란의 엔텍합과 M&A가 무산돼 우리은행이 조만간 채권단 공동으로 재매각을 추진하게 될 겁니다. 대우조선과 쌍용양회는 매각 주관기관이 산업은행이어서 산은과 협의해야 하는데 최근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새로 구성돼 매각은 일러야 내년에나 추진될 것으로 보입니다." 쌍용건설과 대우조선은 한 차례 매각이 추진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좌초한 바 있다. 최근 시장상황도 당시를 떠올릴 만큼 악화되고 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이 별 성과 없이 청산일을 맞게 될 수도 있다. "최근 쌍용건설 등의 주가가 빠진데다 건설업에 대한 시장전망이 좋지 않아 매각여건이 좋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무리하게 매각할 생각은 없고 안 되면 내년 11월 주식 그대로 정부에 반환할 계획입니다. 현재 보유한 지분가치만 1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그동안 39조2,000억원이 조성돼 금융회사 부실채권 111조5,000억원을 인수했습니다. 이들 부실채권 중 45조7,000억원을 현금화했으니 6조5,000억원을 초과 회수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성과여서 2009년에 주요20개국(G20) 런던 정상회의에서 금융위기 극복 우수사례로 소개될 정도였습니다." 캠코가 최근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사업은 서민금융 활성화를 위한 '바꿔드림론'이다. 캠코가 부실채권정리기금을 성공적으로 운용해 발생한 잉여금 7,000억원으로 설립된 '신용회복기금'이 바꿔드림론의 재원이다. 바꿔드림론은 금융소외 서민의 고금리 빚을 시중은행 수준(8.5~12.5%)의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도와주는 사업이다. "바꿔드림론은 올해 목표액을 5월에 달성할 만큼 서민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앞다퉈 지역창구 개설을 위해 캠코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2008년 12월에 시작돼 지금까지 5만9,000명에게 저금리로 5,948억원의 대출을 바꿔줬습니다. 5만9,000여명의 서민이 연간 1인당 평균 220만원의 이자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이죠. 바꿔드림론을 찾는 서민이 많아 기존 금융채무불이행자뿐 아니라 2,600만원 이하 저소득층도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신용회복기금이 이름이 비슷한 신용회복위원회에 통폐합될 수 있다는 시중의 '설(說)'에 대한 진상도 확인해봤다. "명칭이 비슷하지만 신용회복기금과 신용회복위가 하는 일은 성격이 엄연히 다릅니다. 특히 신용회복기금 설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출범시 이 대통령이 직접 행사에 참석할 만큼 각별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합니다." 캠코는 지방자치단체가 갖고 있던 국유재산 관리업무에 대해서도 역할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1997년 국유재산의 위탁관리를 실시하기 시작해 2005년에는 국유지 위탁개발 권한까지 확보했다. "단순히 관리만 하던 국공유 재산의 개념이 캠코가 개발을 통해 국유재산의 가치를 높이면서 국유재산 관리목록이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전체 국유 부동산의 45%인 28만필지를 관리하고 있는데, 특히 2008년 남대문 세무서를 15층짜리 첨단 빌딩으로 개발해 재산가치를 3배 이상 늘리자 서울시와 대구시ㆍ광주광역시 등도 공유재산의 위탁개발을 맡길 정도입니다. 800만원에 불과하던 서울시의 공유재산 99필지는 저희가 맡아 관리한 후 12억원으로 가치가 뛰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국유 부동산과 증권뿐 아니라 국가채권과 무형재산권까지 포괄적으로 관리하고 환경개선부담금 등 4조5,000억원에 이르는 국가 연체채권의 회수업무도 수행할 예정입니다. 1조원 규모로 출범할 국유재산관리기금도 위탁관리하게 됩니다." 공공성을 기본으로 사업수행능력까지 검증됨에 따라 기획재정부는 7일 2011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캠코에 "체납국세 징수업무를 맡긴다"고 발표했다. 신용정보협회 등 민간 신용정보회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체납세금을 최대한 징수해야 국가재정이 안정화되겠지만 국민의 기본권 보호도 충분히 고려해야 합니다. 체납세금을 걷는 일이 카드빚 받듯 이뤄지면 조세저항이 거세지고 서민생활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효율성 이상으로 공공성을 고려해야죠. 특히 캠코는 채권추심 노하우도 민간 신용정보사 이상 축적하고 있고 과세정보관리도 책임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취임한 장 사장은 내년 4월 캠코 창립 50주년을 맞게 된다. 1962년에 출범한 후 반세기 동안 한국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해온 캠코의 100년 비전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캠코는 경제위기로 생긴 부실자산의 인수와 정리 등에 중점을 둬왔지만 금융시장 위기의 강도와 형태가 복잡해져 변화가 불가피합니다. 이를 위해 미래경영전략실을 신설하고 '한국자산관리공사'라는 사명에 걸맞게 한국의 다양한 자산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종합자산관리회사'로 발돋움해 '국가경제의 IB가 되자'는 새 비전을 정립했습니다. 지금까지의 부실자산 관리 노하우를 컨설팅 업무화하는 방향을 모색해야죠. 모든 자산을 국가자산ㆍ금융자산ㆍ신용자산으로 구분해 특성에 따라 가치를 높이고 위기관리능력을 강화해나갈 것입니다."
공공개혁 선봉장서 공기업 CEO로 변신… 성과주의 착근 시켜
■장영철 사장은 장영철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의 최근 변신은 말 그대로 '드라마'다. 장 사장은 지난 2008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으로 이명박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공공 부문 개혁의 선봉에 섰다. 공기업 통폐합과 민영화, 공공 부문 인력 및 예산 감축 등 구조조정을 최대한 잡음 없이, 그러면서도 강단 있게 실행해 홍조근정훈장에 추서됐다. 공공기관에 관한 한 최고의 '갑'이던 그가 이제는 한 공기업의 일원이자 대표로 공기업 종사자들과 애환을 함께 나누고 있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바뀌었지만 장 사장은 공격수 시절 체험한 수비수의 문제점을 잊지 않고 개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공공기관은 특유의 신분안정에 비해 일할 때 걸리는 게 많아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일하지 않으려 한다"며 "경쟁에 노출되지도 않기 때문에 경영이 방만해지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과 개혁의지를 살려 장 사장은 캠코에 부임해 금융공기업 최초로 전직원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정부의 권고안을 훨씬 뛰어넘으며 그는 공기업이 빠뜨리기 쉬운 '성과주의'의 씨앗을 드넓게 뿌렸다. 원칙과 소신을 지키면서도 장 사장이 공기업 CEO로 단시일에 위상을 확립한 것은 탁월한 업무능력과 유연함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그의 좌우명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에서 출발한 '남을 이해하고 도움이 되도록 한다'이다. 문제점을 해결하거나 개선할 때 장 사장은 결코 수직적으로 '지시'하지 않고 태스크포스(TF)나 실무부서가 최대한 많은 토의를 거치도록 한다. 수천명 이상의 생활이 걸린 공공개혁을 해당 공기업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무난하게 마무리했던 '소통'의 경험이 경영철학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안팎에서 공공 부문의 겉과 속을 들여다본 전문가가 됐지만 장 사장은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대표적 '기획통'이다. 기획예산처 복지노동예산과장 시절 재정안정과 복지확대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묘안을 짜 재정개혁으로 연결시켰고 국방부 계획예산관을 맡아 국방예산 효율화를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특히 2009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추진단장으로 한국의 30년 후 미래를 대비한 '국가미래비전 2040'을 수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다. 앞을 내다보는 '통찰력'이 무엇보다 중요한 '기획'의 달인답게 그는 공무원 시절부터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PC 등을 능숙하게 다뤄 트위터 팔로어가 가장 많은 공공 부문 유명인 중 한 명으로 인터넷에서 꼽힐 정도다. ◇약력 ▦1956년 서울 ▦1974년 대광고 졸업 ▦1980년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1980년 행정고시 24회 ▦1993년 미국 밴더빌트대 경제학석사 ▦2002년 기획예산처 복지노동예산과장 ▦2003년 기획처 재정개혁1과장(부이사관) ▦2007년 기획처 대변인 ▦2008년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2009년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미래기획단장(1급) ▦2010년 11월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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