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웰스파고은행의 딕 코바에비치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한 컨퍼런스에 참석해 “사업다각화를 통해 은행ㆍ보험ㆍ투자ㆍ부동산 대출 그리고 소비자금융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갖췄다”며 “2005년에 은행예금ㆍ적금ㆍ현금카드ㆍ대출 등을 통해 판매한 상품이 1,600만개가 넘는다”고 선언했다. 웰스 파고는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로 비이자 수익 비중을 2000년 48%에서 2005년 58%로 높였다. 비이자 수익 비중이 15% 안팎인 국내은행과 격차가 크다. 웰스파고은행은 비이자 수익을 늘린 덕택에 두 자리 수의 ‘수익 성장ㆍ순익 증가ㆍ주가 상승’이라는 트리플 더블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 사이 자산은 480조원, 시가총액은 100조원으로 불어났고, 미국에서 유일하게 ‘Aaa’ 등급 은행이 됐다. 은행업의 원형은 남(예금자)의 돈을 끌어들여 다른 사람(대출자)에게 빌려주면서 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이(예대마진)로 장사를 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웰스파고처럼 선진국 은행들은 예대마진 비중을 줄이고 비이자 수익을 늘리는 쪽으로 영업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다 웰스 파고ㆍ씨티그룹ㆍHSBC 등 세계적인 은행들이 제시한 성공전략을 들여다보면 수익 확대에 고심하는 국내 은행이 나아가야 할 길이 보인다. 국내 은행이 예대마진과 담보대출이라는 ‘우물’ 밖으로 나갈 결심과 노력을 한다면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선진 은행들은 사업 다각화와 겸업화ㆍ제휴 등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을 갖추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객 만족을 위해 신상품 개발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미국 은행들은 50년 만기 초장기 주택장기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인생의 절반도 더 되는 긴 시간의 상품이다. 이미 30년, 40년 상품이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면서 좀 더 긴 대출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이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기 위한 업무영역 확대도 필요하다. 씨티그룹이 판매하는 상품은 학자금 융자에서 은퇴설계ㆍ벤처 투자ㆍ주식공개 자문 등 제한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찰스 프린스 씨티그룹 CEO는 지난 7월 투자설명회에서 “고객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고, 모든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계속 바꿔 나갈 것”이라며 “지난해는 은행 두개 신설, 회사 두개 인수, 씨티그룹 마이크로파이낸스 그룹 출범을 통해 고객과 만날 수 없는 사각지대를 줄였다”고 말했다. 많은 고객을 위해 다양한 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고객만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도 필수적이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는 ‘고객의 성공과 은행의 수익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그물이다. 코카콜라를 누른 펩시 뒤에는 씨티은행의 맞춤형 서비스가 있었다. 펩시는 투자를 최적화하면서 글로벌 투명성에 맞는 뱅킹시스템이 필요했다. 씨티그룹은 펩시를 위해 실시간 잔고ㆍ현금 규모ㆍ투자금액과 대출 규모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트레저 비젼(Treasure Vision)’을 개발했다. 라이오넬 노웰3세 펩시 재무담당자는 “이건 혁신적인 도구”라며 “기존 제품이 아닌 우리를 위한 새 제품 덕분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씨티그룹은 M&Aㆍ프로젝트 파이낸싱ㆍ구조화 상품ㆍ헤지펀드 분야에서도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 뿐만 아니라 개인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중요하다. 웰스 파고는 “상품은 ‘은행의 필요’가 아닌 ‘고객의 필요’에 기초해 팔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딕 코바에비치 CEO는 “고객 서비스는 은행수익을 늘리고 주가를 높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회”라며 “우리는 항상 고객 편에 서서 원하는 것을 듣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더 많은 판매가 언제나 더 나은 서비스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더 나은 서비스는 대부분 더 많은 판매로 이어진다”며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양한 상품과 맞춤형 서비스가 있어도 고객이 접근하기 힘들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선진 은행이 다양하고 편리한 판매 채널 확충에 집중하는 이유다. 이미 세계적인 판매망을 갖춘 씨티그룹도 올해 가장 중요한 핵심 전략으로 ‘점포망 확충’을 꼽았다. 찰스 프린스 CEO는 주주들에게 “씨티의 핵심적인 경쟁력은 수 천 개의 판매채널을 통해 많은 고객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올해에도 신흥시장 공략과 기존 시장 입지 강화를 위해 지점과 PB수를 큰 폭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HSBC도 다양한 판매채널로 유명하다. 미국에 1,344개의 지점이 있지만, 약 5,200곳의 자동차 딜러, 2만5,000명의 세무사, 70여개 소매상인과 판매협력 관계를 맺었다. 인터넷, 전화, 우편을 통한 판매채널도 활용한다. 웰스 파고도 판매채널 확충에 열심이다. 2005년에 500개 지점을 리모델링하고, 92개를 신규로 여는 등 판매창구를 확대했지만, 올해도 100개 지점을 새로 열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1,032개 지점에서 소비자 금융과 관련된 모든 대출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고, 1만8,000명의 대리인들이 모든 자동차 대출상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판매채널 확충을 위해 금융과 비금융이 만나는 ‘하이브리드 판매채널’도 뜨고 있다. 금융업체와 소매 유통업체는 물론 통신사ㆍ편의점 등과도 하이브리드 채널을 구축하는 추세다. 국내 은행도 장기비전을 갖고 금융상품ㆍ서비스 개발과 판매채널 구축에 적극 나설 때다. ● "금융 백화점" 웰스파고 은행
상품 구성·혜택 세분화 "이보다 더 다양할수 없다" 미국 웰스파고 은행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은행ㆍ대출ㆍ투자ㆍ보험ㆍ특화된 대출ㆍ기업대출ㆍ사업부동산ㆍ소비자 금융 등 모든 금융상품을 판매한다. 개인 고객은 1인당 평균 4.8개, 기업 고객은 5.7개의 상품을 판매했다. 딕 코바체비치 웰스 파고 CEO는 "우리는 모든 금융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팀"이라며 "고객 그리고 그들의 사업과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준다"고 말했다. 금융상품 판매에 강한 은행, 웰스파고는 철저하게 고객이 원하는 것과 필요로 하는 것을 기준으로 상품을 나눈다. 판매 분야는 크게 '소매금융ㆍPBㆍ기업금융' 으로 분류한다. 소매금융은 '예금'과 '대출'로 나뉜다. 예금은 최소잔고ㆍ수수료ㆍ서비스 등에 따라 베이직ㆍ디럭스ㆍ프리미엄의 세 종류가 있다. '베이직'은 대학생 또는 잔고가 적거나 서비스 수수료를 원하지 않는 고객을 위한 상품이고, 디럭스는 이자 또는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프리미엄은 자산관리가 가능한 계좌다. 대출상품 중 주택담보대출은 첨부된 부가기능에 따라 주택자산관리계좌ㆍ주택담보부 여신ㆍ고정금리부 옵션 대출 등으로 분류된다. 가령 주택담보부 여신은 카드사용 옵션이 부가되고, ATM을 통해서도 자동인출을 받을 수 있다. 금리는 카드보다 훨씬 낮다. PB(프라이빗 뱅킹) 분야는 연 소득 25만 달러 또는 투자자산 50만 달러 이상, 순자산 규모가 100만 달러 이상인 고액 고객을 위한 투자관리 상품이다. 23개 주에 배치된 201명의 전문가가 주식ㆍ채권ㆍ현금ㆍ전문화 된 투자수단 등으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짜 준다. 회계사ㆍ조세전문가ㆍ변호사 등 전문가들은 빈틈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PB 고객에게는 각종 혜택이 주어진다. 플레티넘 체크 카드를 발급 받을 수 있고, 월 서비스 수수료가 면제된다. PB서비스 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여행ㆍ호텔ㆍ차 렌트 등 다양한 서비스도 가능하다. 예금과 대출에 있어서도 우대금리ㆍ수수료 면제 등 특별 대우가 있다. 기업 고객은 매출 규모에 따라 상품 구성과 혜택이 달라진다. 매출이 많을수록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많아진다. 매출이 1,000만 달러를 넘는 대기업 고객은 비즈니스 솔루션이 무료로 제공된다. 또 설비자금 대출이나 자금관리 서비스ㆍ운전자금 대출, 업무용 차량 리스를 위한 금융서비스도 가능하다. 부동산 개발업자나 투자자, 부동산 투자펀드, 지역개발업과 관련된 기업이라면 부동산과 관련된 대출을 해 준다. 매출 규모가 적은 중소기업은 서비스를 받을 때 수수료를 내야 한다. 온라인 기업 관리프로그램은 매달 15~100달러 가량의 수수료만 내고 이용할 수 있다. 수표ㆍ송금ㆍ이체ㆍ신용카드ㆍ결제 등을 온라인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도 가능하다. 수표나 신용카드 대신 일일결제가 되고, 사용 수수료가 없는 체크 카드를 발급해 준다. "고객들이 우리를 탁월한 서비스와 건전한 금융 조언을 해 주는 파트너로 인정해 주기를 바란다"는 딕 코바체비치 CEO의 말은 '상품 판매의 핵심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에 있다'는 사실을 역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