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14일] 월가는 반성하지 않고 있다

잘못한 사람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려면 세치 혀보다는 행동을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요즘 월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참으로 가관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배당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영난으로 공적자금을 받았는데 그 돈을 다시 배당 형태로 주주들에게 뿌리고 있다. 돌고 도는 게 돈이라지만 해도해도 너무 한다. 주주들 배불리라고 공적자금을 쥐어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은행의 주주들은 투자 판단도 잘못한 사람들이다. 부실덩어리 회사에 쌈짓돈을 부은 자들에게 배당은 가당치도 않다. 공적자금을 안 받은 은행이라면 배당을 하건 말건 각자 소관일 수 있지만 이건 아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미국 정부조차 배당금을 거리낌없이 타가고 있다는 점이다. 공적자금을 부어 지분을 확보했으니 배당금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실제 미 재무부는 최근 올 1ㆍ4분기 은행으로부터 배당금으로 25억달러를 타갔다고 발표했다. 은행들은 미국 정부에 배당금 주기가 아까워 공적자금을 조기에 갚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그토록 강조해온 주주 자본주의가 정녕 이런 모습이라면 주주 자본주의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게 낫다.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이 배당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해도 모자랄 판에 이런 행동을 하는 미국 정부를 보고 있노라면 가재는 게 편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재무부 출신 상당수가 월가 출신이지 않은가. 월가의 도덕성은 워싱턴 정가의 도덕성과 맞물려 있다. 최근에 기자를 황당하게 만든 뉴스가 또 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회사채를 발행할 것이라는 뉴스였다. 창사 이래 처음이라 회사채 발행의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근데 월가의 애널리스트들은 “MS가 회사채를 발행해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내부 유보 자금도 아닌 채권 발행을 통해 유입된 자금을 주가 부양에 쓸 것이라는 전망은 상식적으로 이해 되지 않았다. MS가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돼 지분을 늘려야 하는 입장도 아니지 않은가. ‘반성을 모르는 월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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