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쿠바가 미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결심한 데는 최근 유가 급락으로 쿠바 경제의 주요 '후원자' 역할을 해온 베네수엘라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한 것이 결정적인 이유로 작용했다. 그동안 쿠바는 남미의 사회주의 국가인 베네수엘라로부터 매일 10만배럴의 원유를 공급 받으며 경제를 간신히 이끌어왔다. 하지만 믿었던 베네수엘라 경제마저 파탄에 직면하자 '실용주의자'인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 미국의 봉쇄를 풀기 위한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소련 몰락 이후 꾸준히 개혁·개방을 강조해온 카스트로 의장은 2008년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국유산업의 비효율성을 비판하며 지난 2013년 초 여행제재 완화, 외국인 투자 인센티브 확대 등 꾸준히 경제개혁을 추진해왔으나 53년간 이어진 미국의 봉쇄조치에 골병이 든 쿠바 경제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쿠바 정부는 6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2%에서 1.4%로 대폭 낮춰 잡았으나 올 하반기 유가 하락 등이 겹치면서 실제 성장률은 0.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는 쿠바를 저성장의 늪에서 꺼내줄 결정적 카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미국의 교역봉쇄 해제로 쿠바에 대한 1인당 송금 한도 상향(연간 500달러→2,000달러)로 인한 자본유입과 여행규제 완화에 따른 관광객 증가로 내수에 온기가 돌 것으로 관측된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쿠바로 송금된 금액은 연간 20억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추후 양국 금융거래가 정상화돼 쿠바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면 쿠바 경제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물론 중앙집권 경제체제에도 큰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대쿠바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미국의 시가 수입 금지가 풀리고 쿠바 여행자가 미국에 입국할 때 담배와 술을 100달러어치까지 반입할 수 있게 돼 쿠바의 시가 산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워싱턴 소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개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양국 국교가 정상화되면 연간 교역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쿠바 정부는 미국과 국교 정상화 효과를 염두에 둔 듯 1일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 이상'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