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의 1대 주주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최근 하나지주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그 배경과 여파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테마섹의 이번 결정이 단순히 내부 사정에 의한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이뤄진 것일 뿐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시장 철수와 같은 악재가 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테마섹이 지난 1년여간 KBㆍ신한금융지주 사태 과정에서 불거진 관치금융 문제를 투자 위험요인으로 판단했거나 하나지주와 우리금융지주간 합병을 불안 요인으로 판단해 발을 뺀 것일 수도 있다는 견해도 금융권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매각 추진 배경에 관심=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이 6억4,300만달러 규모의 하나금융지주 지분을 매각 중이라고 20일 로이터가 보도했다.
테마섹 계열사인 안젤리카 인베스트먼트는 주당 3만4,300원~3만5,550원 사이에서 2,040만주의 주식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날 종가인 3만5,550원에서 최대 3.5%의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이다. 매각주간사는 크레디트스위스가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테마섹의 하나지주 지분매각 추진 배경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글로벌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 ▦한국의 관치금융 리스크 부각 ▦하나ㆍ우리지주간 합병 변수 등의 3가지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은 테마섹의 이번 결정이 순수하게 내부 문제로 인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테마섹은 지난 2008년 무렵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은 이후 사령탑이 교체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으며 지난해부터 해외의 대형 금융기관에 대한 투자를 줄줄이 정리해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테마섹은 지난 1년여간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바클레이즈와 같은 세계 유수의 금융사 지분을 투자포트폴리오 재편 차원에서 처분했다. 따라서 하나지주 지분도 이 같은 차원에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김종열 하나지주 사장도 “외국계 자본이야 국제 환율이나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수시로 투자했다가 빠져나갔다 하는 것”이라며 “어차피 외국인 주주간의 손바뀜이 되는 것이므로 큰 의미를 둘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유상증자 참여 부담됐을 수도=다만 테마섹의 이번 결정이 하나지주의 향후 유상증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지주가 우리지주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유상증자를 하게 될 텐데 이렇게 되면 대주주인 테마섹도 투자 참여요청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홍콩의 한 투자은행(IB)관계자는 “하나지주가 우리지주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대주주들에게 막대한 자금을 더 투자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데 이것이 테마섹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합병 사안을 담당하는 하나지주의 한 임원은 “아직 합병 스케줄도 안 나온 상황인데 테마섹에게 어떻게 유상증자 참여 요청을 하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