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수출 절벽에 서 있는 한국 경제


발언대 사진-주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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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의 잠정적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수출증가율은 6.8%나 되었다. 이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앞으로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덥지 못하다. 우선 수출증가율이라는 것은 지난해 같은 달 기준으로 얼마나 늘었는지를 본다는 점이다. 1년 전인 2013년 9월의 수출은 좋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올 9월 수출증가율에는 '착시효과'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두 번째 불안 요인은 '정보기술(IT)의 몰락'이다. 스마트폰은 주력 수출 품목에서 탈락했고 반도체도 시스템 반도체와 같은 고부가제품이 아닌 중저가 부문에서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을 뿐이다. 세 번째는 '차이나 리스크'다. 중국의 경제 성장에 브레이크 등이 켜짐에 따라 뒤따라오던 한국 경제도 감속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올해 연간 대중국 수출은 마이너스다. 우리 총수출의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 멈춰 서 있는데 수출경기 회복을 논하는 것은 시간 낭비다. 네 번째는 엔저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외환 리스크가 조금 완화되기는 했으나 언제 다시 원화 강세가 시작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더구나 원·엔 환율 리스크는 오히려 높아지고 있어 일본산 제품과 경합하는 기업들은 여전히 숨 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이러한 리스크들을 압도하는 불안 요인이 있다. 바로 정부가 애써 낙관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듯한 태도이다. 5월 수출 유관 공공기관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떤 기관은 중국 시장에 대한 수출 부진은 일시적 현상이며 덧붙여 5월 이후부터는 호전될 것이라고 예상까지했다. 그때부터 4개월 동안 대중국 수출은 한 번도 마이너스를 벗어난 적이 없다. 또 다른 예로 정부는 줄기차게 우리 수출은 선전하고 있고 이제 곧 세계 경제 회복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수출이 증가하고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표현을 애용하고 있다. 그러한 태도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출 경기가 나쁜 것이 정부의 책임은 아니다. 해외 소비자들이 살림살이가 팍팍해져 우리 제품을 못 사주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사실 정부가 할 일도 별로 없다. 희망을 가지게 하려는 의도는 좋으나 오래되면 신뢰를 잃게 된다. 덧붙여 지나가는 말이지만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이라는 말은 안 썼으면 좋겠다. 아는 사람은 알지만 1959년 이후 지금까지 56년 동안 '사상 최대'가 아니었던 해는 네 번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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