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주가가 150만원대까지 오르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갤럭시S3 휴대폰으로 실적 서프라이즈를 낸 게 주효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25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1,114조원)의 20.1%에 달했다. 2004년 4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이 22.98%로 정점에 있었으니까 20%를 다시 넘는 데 9년이 걸렸다.

현재 16%까지 내려간 이 비중은 9년 뒤 20%대를 회복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오늘의 삼성전자를 있게 한 스마트폰시장은 이미 성장 속도를 낮추며 성숙 단계로 치닫고 있다. 갤럭시S4와 S5가 더 이상 S3만큼 팔리지 않는 걸 보면 안다. 9년 뒤 삼성전자를 기약하려면 스마트폰을 대체할 그 무언가가 나와야 한다. 삼성전자는 아직 그걸 내놓지 못했다.


가까운 미래에 한국 경제를 이끌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우울해진다. 반대는 어떨까. 삼성전자가 혁신을 거듭해 세계 1위 기업으로 부상, 한국 경제를 지금보다 더 큰 힘으로 떠받치면 마음이 편해질까.

한국 경제 대표기업에 새 얼굴 없어

한 기업이 전체 시가총액의 20%를 차지하는 것은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볼 때 좋지 않다. 뭐가 됐건 쏠리면 위험하다.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국가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곤란하다. 서로 다른 20개의 기업이 1%씩 나눠 갖는 게 낫다.


문제는 짐을 나눠 질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0년 전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삼성전자·SK텔레콤·포스코·한국전력·KT·현대차·LG전자·우리금융·SK·하이닉스다. 지금은 삼성전자·현대차·SK하이닉스·네이버·현대모비스·포스코·기아차·신한지주·삼성생명·SK텔레콤이다. 이 리스트를 20개까지 확대하면 순위만 다를 뿐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얼굴이 같아진다. 네이버가 유일한 새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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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을 모아 가족사진을 찍어보자. 10년 전에는 어르신 기업 20곳이 꽃단장하고 앉아있었다. 10년 만에 새로 찍은 가족사진도 15살짜리 중학생 네이버를 제외하면 똑같다. 모두 나이만 10살 더 먹었을 뿐이다. 앞으로 10년이 지나 어르신들 기력이 떨어지면 25살짜리 청년 네이버 혼자 가족의 노후를 짊어져야 한다.

미국의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을 찾아봤다. 10년 전에는 GE·엑손모빌·마이크로소프트 순이다. 지금은 애플·엑손모빌·구글 순이다. 10년 전 20위인 델컴퓨터가 사라지고 지금은 19위에 페이스북이 올라왔다. 미국은 그래도 3개 기업이 새로 명함을 내밀었다.

요즘 인수합병(M&A) 시장에는 중소기업 매물이 쏟아진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고도성장기에 땀 흘리며 기업을 키워온 창업주는 이제 은퇴할 때가 됐다. 창업주가 자식 같은 기업을 매물로 내놓는 겉 사정은 상속세 부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가업을 이어받을 자식이 없다.

한국무역협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현재 대학생 창업자는 407명으로 전체 졸업생(56만명)의 0.0007%다. 대학생의 92%는 창업에 관심이 없다. 지난해 대학생을 포함한 30대 이하 청년이 신설한 법인 수는 3,510개로 전체(7만4,162개)의 4.7%다. 중국은 대학생 창업 비율이 꾸준히 높아져 2008년 1%대에서 2012년 2%대로 올라왔다.

청년 창업·기업 혁신 환경 조성해야

한국의 젊은이는 창업의 꿈을 버린 지 오래됐다. 제조업이 힘든 건 알아서 가업승계도 거부한다. 기업은 혁신을 멈추고 늙어간다. 신인 스타 기업을 배출한 지는 15년이 지났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나물에 그 밥인 세상은 문제가 크다. 10년 뒤에도 같은 밥상이어서는 안 된다. 청년은 창업하고 기업은 혁신해야 된다. 정부는 그럴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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