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을 겪어온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결국 주력기업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에 따른 막대한 손실에다 단기차입 상환 만기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등 잇단 대규모 인수합병이 결과적으로 위기의 불씨가 된 것이다. 금호그룹이 이제라도 워크아웃 신청과 함께 회생방안을 강구하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을 산업은행에 넘기더라도 유동성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룹을 살리려면 대주주의 사재출연을 비롯해 비상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우선 지주회사격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에 대한 신속한 합의가 이뤄져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앞으로 부실 계열사가 더 나올 경우 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하기 어렵다. 금호그룹이 금융권에 지고 있는 채무가 19조원에 달하는데다 주력기업인 금호석유화학이 계열사 지분을 상당 부분 가지고 있고 다른 계열사 간에 채무보증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금호그룹 측은 대주주가 사재를 출연하는 데는 어느 정도 수긍하나 금호석유화학의 워크아웃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또 그룹 대주주에게 경영책임을 묻는 방식에 대해서도 채권단과 다소 입장을 달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출자전환으로 기업은 살리겠지만 경영권은 채권단에 넘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사실상 그룹 해체를 의미하는 이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기업을 정상화한 후 경영권을 돌려주는 '바이백' 옵션을 부여하거나 대주주의 사재출연 등을 전제로 경영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재계에서 금호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만약 금호그룹 부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것이 확실시된다. 채권단이 가능한 한 금호가 재기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이고 유동성 위기를 신속히 넘길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온 대우건설 풋백옵션을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금호그룹이 이른 시간 안에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을 받아들이고 금호그룹은 오너 사재출연을 비롯한 자구노력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