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시가 있는 풍경/12월 13일] 무초

마계(민음사 刊)

성주사지에 달빛이 차오르자
먼지로 가라앉은 적멸보궁이 희미하게 흩날린다
한없이 지는 벚꽃은 고래 모양으로 쌓여 갔다
월남사지엔 비가 내려도
빗물이 젓지 않는 터가 있다 노래를 들려주면 춤추는 풀처럼 살아나는 너에겐 항상 바람이 불거나 눈이 내렸다
유리창에 숨이 불면 번지는 입김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줘야 말할 줄 아는 앵무새고
거센 물결이 몰아쳐야 始原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은어이고 어둠이 피어오르자 죽은 듯이 별이 뜬다
너는 그렇게 내 앞에 앉아 밥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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