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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오후 서울 강남역에서 스크린도어 정비 과정 중 정비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와 관련해 정비업체가 정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부 보고도 없이 열차 운행시간에 혼자 스크린도어 안에서 정비 작업을 하는 등 매뉴얼을 무시한 게 화근이 됐다. 특히 이 정비업체는 지난 2013년에도 같은 인명사고로 매뉴얼을 만들었지만, 3년도 안돼 다시 똑같은 사고를 되풀이 했다. 승강장 주변 등을 관리해야 할 서울메트로 역시 열차가 왔다 갔다 하는 시간에 스크린도어를 열고 업체 직원이 들어갔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사전에 제지를 못했다. 전형적인 인재사고인 것이다. 작년 5월 상왕십리 열차 추돌이라는 대형사고를 당하고도 서울메트로 직원들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해 시민들의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30일 경찰과 서울메트로 등에 따르면 협력업체 정비 매뉴얼에는 지하철 스크린도어 점검 때 반드시 2인 1조로 해야 한다. 지하철 운행 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할 수 있다. 또 운행에 큰 차질이 불러올 수 있는 등 특별한 경우에만 한정해 사전 보고 뒤 스크린도어 안에서 작업하게 되어 있다.
이 같은 매뉴얼은 지난 2013년 1월 19일 성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한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뒤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는 곧 문서로서만 작용할 뿐 현실에선 지켜지지 않았다. 메트로 관계자는 "이번 사고에서 이 같은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트로 측은 "스크린도어 설치부터 운영, 광고 등의 지휘감독권은 해당 업체에서 하고 있다"며 이번 사고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며 한발 빼는 모양새다. 하지만 애초에 스크린도어 고장 신고 경로가 기관사를 통해 해당역 측을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메트로 역시 비판의 화살을 피하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경우 한 기관사가 스크린도어의 오작동을 목격한 뒤 해당 역에게 알렸다. 이후 역 관계자가 정비 업체에 스크린도어 수습을 요청했다. 즉, 기관사→역→업체 측의 단계로 고장 신고가 올라간 것이다. 결국 해당 정비요원의 보고가 상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도 해당 역에서 스크린도어 대한 정비가 진행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최악의 인명사고를 메트로측이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메트로 측은 "고장 신고가 오후 7시 25분께 들어왔는데, 사고는 27분에 일어났다"며 "2분 간에 발생한 사고라 시간적으로 미리 막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지난 9일 오후 7시30분께 정비업체 직원 조모(29)씨는 스크린도어 안에서 혼자 수리 작업을 하다 역으로 진입하던 열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양사록·이완기 kingear@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