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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비빔밥은 어떻게 한국 대표 음식이 됐을까

■음식인문학(주영하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990년 대한항공 기내식 채택후
한류 바람 타고 외국인들에 인기 음식-사회변화 상호 영향력 분석
한국음식 체계적 연구 지속돼야
고(故) 마이클 잭슨이 먹어보고 감탄했고 비행기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인의 음식'이라는 명성을 얻게 된 비빔밥. 다양한 재료를 비벼내는 비빔밥은 한국문화의 역동성과 창의성을 상징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비빔밥은 언제부터 어떻게 한국 대표 음식이 됐을까. 그 동안 음식 관련 담론을 주도해 온 저자가 생존의 기본 요건이자 식도락의 대상인 음식을 인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와 탐구해 온 성과들을 '음식인문학'이라는 큰 틀에서 엮어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민속학 교수인 저자는 비빔밥이 1920년대 이후 서울과 지방에서 근대 도시가 형성되고 외식업이 생겨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고 주장한다. 전근대사회에서 중국, 일본에 비해 외식업이 발달하지 못했던 조선에서 내놓을 만한 음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나물과 전유어가 곁들여지는 안동 헛제사밥에는 아직도 고추장 대신 조선간장이 양념으로 나온다"며 "고추장이 비빔밥의 주요 재료로 굳어진 것은 1960년대 이후 미국과 독일로 이민이 증가하면서 고추장의 상품화가 진행된 이후"라고 설명한다. 비빔밥이 진주를 제치고 전주의 대표 음식이 된 것은 1980년대 전주비빔밥이 '향토 음식' 바람을 타고 서울 중심부에 먼저 상륙하면서부터라는 견해도 밝혔다. 특히 1990년 대한항공 기내식으로 채택되면서 한국의 대표 음식이 됐으며 2000년대 한류 바람을 타고 외국인들도 비빔밥을 즐겨먹게 됐다는 것. 저자는 "비빔밥은 '발명된 전통'이며 이 과정에서 먹기 편리한 음식에서 한국의 문화와 영양 등의 담론을 동반한 음식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비빔밥이나 고추장의 유래, 주막의 변천과 같은 미시적인 접근과 함께 거시적인 관점에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음식 문화를 다룬다. 첫 번째 화두인 '현재의 음식 소비를 통해 읽는 21세기 한국'에서는 음식이 주도한 사회 변화와 사회 변화가 음식에 끼친 영향을 다각도로 살핀다. 저자는 "부뚜막과 아궁이로 이뤄진 부엌이 입식 주방으로 바뀌며 무쇠솥이 전기밥솥에 밀려났고 장독대가 김치냉장고로 대체됐다"며 "이러한 현상들이 밥 먹는 자리의 변화까지 초래했다"고 말한다. 가장은 독상, 남자는 겸상, 여자는 부엌이나 안방에서 나뉘어 식사하던 문화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 먹는 집단인 '식구(食口)'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다. 두 번째 화두인 '근대'는 한국 음식이라는 인식이 근대주의와 함께 형성됐다는 견해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숙박 업소에서 주점으로 바뀌어버린 주막의 발달 과정을 좇으며 근대 이후 민물생선에서 바다생선 중심으로 변해간 생선 소비의 변화상을 다룬다. '한국 음식 가운데 오래된 것들과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세번째 화두를 통해 저자는 한ㆍ중ㆍ일의 숟가락과 젓가락 사용 역사, 음식 문화에 투영된 유교 사상을 통한 제사와 음식 문화의 상관 관계 등을 고찰한다. "식사로서의 음식은 일상이지만 역사와 문화로서의 음식은 인문학"이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21세기 지구촌에서 서로 다른 문화를 이해하고 상호 존중을 하기 위해서라도 한반도에서 생산ㆍ소비되는 한국 음식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3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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