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우물 가서 숭늉 찾기

20일 서울고등법원 국정감사장. 이은재 한나라당 의원은 오전 질의 시간에 이진성 서울중앙지법원장이 감독ㆍ관할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부 사건의 이야기를 하다가 갑작스레 '지하철 성추행'으로 논란이 된 서울고법 판사의 인사처리 과정을 물었다. 상급 법원의 인사에 대해 답을 요구한 셈이다. 또 이 의원은 이른바 '스폰서 검사'에 대한 인사처리 결과도 서울중앙지법에 물었다. 법원 국감에서 검찰의 문제를 지적한 발언은 또 있었다. 검사 출신인 김학재 민주당 의원은 오후 질의시간에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게 발부한 구속영장을 언급하며 발언 시간의 대부분을 검찰에 할애했다. 일반적인 형사사건과 정치인이나 거물급 인사가 연루된 특수부 사건 조사가 어떻게 다른지부터 검찰 조사과정에서 시달린 피의자들이 체중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내용까지 발언 제한시간인 7분을 거의 다 써가며 설명했다. 법원이 이러한 검찰 수사과정의 한계를 감안해 선고 전까지 '무죄 추정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발언의 전체 요지를 십분 고려해도 이야기의 흐름은 이미 삼천포로 빠졌다. 이렇듯 법원 국감장에서 검찰을 묻는 이들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우물 가서 숭늉을 찾고 있는 것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걸까. 이용희 자유선진당 의원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국감에서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은 법원장이 직접 재판부에 가서 챙겨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독립적이어야 할 각 재판부의 판단을 법원장이 주무를 수 있을 거라는 전제가 깔린 발언이었다. 게다가 이 발언은 헌법이 보장한 삼권분립의 원칙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 앞뒤 따지지 않고 묻기만 한다면 피감기관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시간은 줄어든다. 그러다 보니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진 후에도 목청을 높여 자신의 할 말을 계속하는 의원들도 여전히 많았다. 어느 당을 가릴 것 없이 말이다. 국회의원 입에 초시계를 채운 것은 아마도 국정감사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 것이다. 내년에는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는 발언만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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