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이상한 증시 부양책

올들어 중국 증시는 금리만 인상되면 크게 오르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올해 첫 금리 인상이 단행된 지난 3월18일 직후 첫영업일의 상하이 지수는 무려 2.87%나 급등했고 두 번째로 금리가 인상된 5월19일 이튿날 증시도 1.04% 올랐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금리 인상일인 7월20일과 8월22일의 다음날 증시 역시 각각 3.81%와 1.49%씩 오르는 강세장이 연출됐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15일 인민은행의 다섯 번째 금리인상은 앞서 네 차례와는 달리 증시 진정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다. 불과 3주 만에 단행된 금리 인상인데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6.5%가 발표되자마자 뜸들이지 않고 신속하게 단행한 긴축조치였다는 점에서 시장에 전하는 메시지가 과거에 비해 훨씬 강력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여기에다 300억위안(3조6,000억원)의 특별국채 입찰에 건설은행의 A주 90억주 발행도 시중 유동성을 크게 위축시켜 증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다섯 번째 금리인상 이후 첫 거래일인 1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2.06% 오른 5,421.39를 기록, 다시 한 번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문가들의 예측을 무색케 했다. 이처럼 과잉 유동성과 이로 인한 증시의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단행한 금리 인상이 거꾸로 증시를 부양하는 결과를 계속 초래하는 것은 정책의 강도가 너무 약하거나 메시지가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대박’을 꿈꾸는 중국인들에게 정책의 메시지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에서 싼 이자로 빌려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에서 머니 게임을 벌이고 있는 중국인들의 꿈이 모두 해피엔딩이 될지는 의문이다. 거품이 꺼지면 비극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은 금리를 더 올려 비극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앤디 시에 전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의한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향후 18개월 안에 2~3%포인트의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중국 증시가 단기간 너무 빨리 상승했다”면서 거품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국 고사에는 강남의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 북쪽으로 가면 탱자가 된다는 얘기가 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증시 억제책으로 사용되는 금리 인상도 중국에만 들어오면 전혀 다르게 증시 부양책으로 작동된다. 요즘 중국 증권시장을 보면 어디로 튈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한편의 액션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하지만 한편으론 아슬아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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