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시진핑 3일 방한] 정부, 친중·연미 외교지형 구축… 북핵·일 우경화 동시대응

동북아 외교 파트너 한미일서 한미중으로 변화

6자회담 조건엔 이견… 中의존 외교는 경계해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에 앞서 3~4일 양일간 한국을 단독방문하는 것은 북한 핵 불용과 일본 우경화에 대한 한중 간 공동인식을 국제사회에 재확인시켜 동북아 외교지형을 다시 구축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정부는 연미(聯美)와 친중(親中) 외교안보 전략을 동시에 구사하면서 북한 핵과 일본 우경화에 대응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하지만 '6자회담' 방식과 내용을 놓고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한미와 달리 중국은 선제적인 대화를 강조하고 있어 북핵 해법을 놓고 결과물 없이 변죽만 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리 외교 당국은 이번 양국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북한 비핵화'를 요청하고 있지만 중국은 북한 입장을 고려해 이전처럼 '한반도 비핵화' 문구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우리 동북아 외교의 한계로 지적된다.

◇한미일에서 한미중으로 삼각연대 변화=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우리 정부의 동북아 외교 파트너가 기존 한미일에서 한미중으로 급속하게 변하고 있고 앞으로 협력 강도도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통 우방국인 미국과의 외교·안보·경제관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받아들여 북한 비핵화를 유도하고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 등에 공동으로 대처하는 '양수겸장' 외교전략을 구사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핵 개발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팔을 비틀 수 있는 것은 결국 중국밖에 없다"며 "시 주석이 기존 관행을 깨고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하고 김정은 정권에 강력한 비핵화를 주문할 경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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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은 우경화 일변도 양상을 보이고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 대해서도 공동대응성명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외교 경계해야=새로운 동북아 외교지형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참여와 적극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기존 한미 외교의 평형추가 중국으로 기울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에 몰린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북한 비핵화' 표현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6자회담 전제조건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자칫 잘못하다가는 북핵 이슈가 더욱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북핵 문제에 소극적 자세를 유지하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만 바라보는 '천수답(天水畓)' 외교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세력을 확대하는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이에 맞서 '신형 대국관계'를 강조하며 미국 패권에 대항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한중 밀월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도 미지수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시 주석의 방한은 한중 연대를 통해 북핵 문제 공조에 힘을 실어주는 긍정적인 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미일 기존 동북아 안보 체계를 약화시키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다"며 "시 주석이 남북 대화를 재개하라는 식으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며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 주석의 방한으로 한반도와 동북아 외교에서 중국의 입김이 세질 경우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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