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수익률 시원찮고 전망도 헛다리… 체면 구긴 채권왕

직접 운용 토탈리턴펀드 -4%로 평균 이하 굴욕<br>주식도 소폭 상승 예상했지만 벌써 11%나 올라<br>신뢰 잃으며 자금 빠져 5월에만 13억달러 유출

빌 그로스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를 이끌고 있는 빌 그로스는 최근 '변곡점(Tipping point)'라는 제목의 7월 투자자 서한에서 채권시장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어떤 조건에서 양적완화를 줄일 수 있는 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인데, 이것이 투자자들을 배의 한쪽으로 쏠리게 만들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최근 금리가 오름으로써 그동안 과도하게 강했던 글로벌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게 됐다며 현재의 채권시장 상황에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빌 그로스의 설명은 불안한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벤 버냉키 연준의장이 양적완화 축소 스케줄을 공개한 이후,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핌코의 주력 펀드들이 굴욕적인 손실을 기록하고, 투자자들의 이탈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며 미국 채권시장을 좌지우지하던 그의 명성에도 큰 흠집이 가고 있다.


핌코의 대표적인 펀드이자 빌 그로스 자신이 직접 운용을 맡고 있는 2,852억달러 규모의 토탈리턴 펀드는 지난 6월(25일기준) 3.65%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데이터업체인 리퍼가 분석하는 177개 채권펀드 가운데, 꼴찌에서 12번째다. 지난 5월에도 이 펀드는 마이너스 1.9%의 수익률을 기록했었다. 올들어 6월까지 토탈리턴 펀드의 수익률도 마이너스 4.04%로 평균적인 수익률을 보여주는 바클레이즈 미국 채권 인덱스의 마이너스 3.1%보다 부진하다.

토탈리턴 펀드는 지난 15년간 연평균 수익률이 6.69%로 바클레이즈 채권 인덱스의 5.49%를 크게 초과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얼마나 성적이 나쁜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자금유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이 펀드에서는 13억2,000만달러가 유출됐다.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이 펀드의 오랜 투자자였다가 최근 자금을 뺀 로스슈미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자금인출이) 실제로 무척이나 가슴 아팠다"며 "마치 오랜 친구에게 안녕을 고하는 것과 같았다"고 말했다. 리퍼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것이 투자자들로서는 당연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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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리턴 펀드의 부진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빌 그로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2010년 모닝스타는 빌 그로스를 '지난 10년간 최고의 매니저'로 선정했으며, 미국 경제와 시장에 대한 그의 분석은 버냉키 연준 의장에 견줄 정도로 무게를 차지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미 언론들이 과거 그의 틀렸던 예측들을 열거하며 그의 판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011년 그는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을 예상하며, 국채 투자는 끝났다고 밝힌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주식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의식'이 시작됐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해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연간 13.4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그는 주식시장이 연간 4~5%의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11%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미 경제에 대한 전망이 빗나가고, 미 국채의 수익률도 그의 예상과는 달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이용 "미국은 고용, 소매 판매, 투자, 기업 수익 등 측면에서 봤을 때 경기침체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리퍼의 제프 처너호 애널리스트는 "국채 매입이 끝났을 때 어떻게 투자할 지에 대해 투자자들은 대비를 해야 한다"며 "그로스는 채권금리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만,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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