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채권시장의 이탈 속도가 커지고 있다. 3개월 연속 국내 채권시장에서 순유출을 기록하며 보유금액은 연 중 고점 대비 10% 가량 빠졌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와 함께 원화강세가 이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의 국내 채권 이탈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고는 95조7,384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잔고는 지난 7월 102조9,151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9월말 98조1,650억원으로 100조원이 깨진데 이어 95조원대로 떨어졌다. 2월부터 이어지던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외국인 순투자는 8월 순유출로 돌아선 뒤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국내 채권을 내던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6일 기준 외국인의 채권보유잔고는 94조8,749억원으로 집계된다. 불과 나흘만에 1조원 가까운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빠져나가고 있는 자금 대부분을 단기자금으로 추정하며 급격한 자금 이탈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이슈가 불거지면서 선물시장에서의 달러 부족을 메우려고 들어왔던 단기 자금들이 최근 빠져나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의 자금이탈이 급격하지는 않지만 잔고 기준으로 70조원대까지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석원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시작되면 우리나라와 미국의 금리 연동성이 커져 국내 금리도 상승할 수 밖에 없고 또 원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환율 하락 시 당국이 개입할 것이라는 심리도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부정적인 요소”라며 “통화다변화를 위해 들어온 각 국의 중앙은행 자금이 상당부분 있어 급격한 이탈은 없겠지만 현재 수준에서 최대 20%까지 추가적인 순유출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