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국세청 빅3 모두 차지… 활짝 꽃핀 행시 27회

김덕중 청장·이전환 차장… 송광조 서울청장까지<br>다른 기수보다 많았지만 서로 경쟁 않고 협력 중시<br>2009년 국장 자리 휩쓸며 차기 주자 기정사실화

김덕중 국세청장

이전환 국세청 차장

송광조 서울청장

국세청에서 27회는 낭중지추(囊中之錐ㆍ주머니 속의 송곳)였다. 여타 선배들과는 달리 격하게 색깔을 드러내지 않았던 27회이지만 국세청 내에서는 언젠가는 이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국세청의 한 고위 관계자는 "27회는 인원도 많았지만 많은 역경을 거쳤던 기수다. 그러면서도 서로 경쟁하거나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조용하게 두각을 나타내 오래 전부터 주목할 만한 차기 그룹으로 부상해 있었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10일 국세청 차장과 서울청장을 비롯한 1급 승진자를 발표했다. 이전환(52ㆍ27회) 개인납세국장이 국세청 차장에, 송광조(51ㆍ27회) 국세청 감사관이 서울지방청장에 임명됐다. 27회 선두주자인 김덕중 전 중부청장이 국세청장에 오른 뒤 차장과 서울청장까지 '빅3'를 27회가 독차지한 것이다.


나머지 1급 2자리인 중부청장과 부산청장에는 이종호(54ㆍ27회) 법인납세국장과 이승호(57) 서울청 조사4국장이 각각 자리했다. 2급 청장인 대전청장에도 역시 27회인 제갈경배 국세공무원교육원장이 사실상 내정됐다. 광주청장에는 이학영 서울청 조사1국장이 자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방청장도 절반 이상을 27회가 맡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27회 기수들이 걸어온 길이다. 우선 '빅3'인 김 청장이나 이 차장, 송 청장 모두 국세청에서 출발한 점이 이채롭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27회를 100명을 뽑았는데 이 가운데 20명이 재경직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재무부 등에서 시작하다 국세청으로 왔는데 공교롭게도 이들 3명은 모두 국세청에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물론 인원이 많았던 탓에 27회는 임용 초기에서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재 국세청에 재직 중인 27회는 7명. 국세청 내에서 행시 28~35회까지 기수별로 고작 1~2명, 모두 합해서 10명 남짓인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주목을 받은 것만큼 견제도 많았다. 역대 국세청 고시 기수 가운데 '가장 잘 나갔던' 21회 이상으로 집중 관찰 대상이 됐다.

이전 선배 기수 등과 비교할 때 27회는 좀 색다르면서도 공통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수도권 서장 역임자가 1명도 없다는 점이나 모두 기획재정부 근무 경험이 있다는 것, 그리고 중부국세청 과장 경험 등을 공통점으로 갖고 있다. 내부에서는 27회의 이 같은 경험을 두고 '역경과 고난의 기수'라고 평가도 한다.


그랬던 27회가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4년 과장급 인사 때다. 당시 27회 서기관들이 대거 본청과장으로 자리잡으면서 요직을 차지한다. 기획예산담당관이나 국세청 비서관 자리는 21회가 앉아 있었지만 6기수를 뛰어 넘어 27회가 이들 자리를 꿰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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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회를 21회와 본격적으로 비교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다. 당시 오대식 서울청 조사 3국장, 한상률 서울청 조사4국장을 필두로 해 21회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지만 그 이외 두드러진 기수는 없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인사가 행시 21회에서 바로 27회로 넘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27회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국세청에서 본격적인 27회의 시대가 열린 것은 2009년 국장 인사다. 27회는 국세청 기획조정관ㆍ조사국장ㆍ개인납세국장ㆍ법인납세국장 등 핵심요직을 모두 차지한다. 핵심 자리를 꿰차면서 차기 주자로서의 선택을 받는 것이 기정사실로 됐다.

그럼에도 27회 기수 간의 이전투구는 없었다. 국세청장 자리를 놓고 선배기수들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작용한 것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7회는 유달리 친분 관계도 좋았는데 동기 모임도 자주 갖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 청장이 수장으로 앉자 동기인 박윤준 차장이나 김은호 부산청장이 기꺼이 사의를 표명한 것도 친밀한 문화가 작용했다. 그만큼 조직에 대한 애정이 많다.

실제로 27회는 재정부 근무 후에도 모두 국세청으로 돌아왔다. 국세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재정부로 가면 그곳에 터를 잡는데 27회는 그렇지 않았다. 이전환 국장은 재정부에서 5년이나 근무한 뒤 다시 돌아왔다"고 말했다.

최고의 덕장이 국세청 수장으로 앉아 있고 남다른 동기애를 과시하고 있는 27회. 그들이 이끌어갈 국세청의 모습이 기대된다.

이철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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