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일본에 서민금융 속속 내주는 한국

대부업계에 이어 저축은행도 일본 금융자본 수중에 속속 들어가고 있다. 국내 최대 저축은행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마저 일본의 투자금융회사 SBI에 넘어가게 됐다. 지난해 9월 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81%에 불과할 정도로 부실이 심각해 유상증자가 시급한데 국내 금융자본이 나서지 않은 탓이다.


일본 금융자본의 저축은행 인수는 지난 2010년 오릭스가 푸른2저축은행(현 오릭스저축은행)을, KC카드가 지난해 미래저축은행(현 친애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세번째다. 예금보험공사가 매물로 내놓을 가교저축은행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한다. 국내 대부업시장은 이미 러시앤캐시ㆍ산와머니 등 일본자본이 휘어잡고 있다.

관련기사



대부업 등 서민금융을 해온 일본 금융회사들은 우리보다 20년 먼저 대부업이 합법화돼 대출심사ㆍ추심 등 노하우가 풍부한데다 자본조달 금리도 낮다. 장기간 0% 수준의 초저금리가 지속돼 해외 금융시장 진출도 빨랐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인수하는 SBI의 경우 20여개국에 80여개 금융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총자산이 24조원에 이른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가계여신은 물론 주택담보대출에도 밝다. 한국에서의 영업이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저축은행을 통해 예금까지 받는다면 대부업시장처럼 급속히 세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계의 진출 확대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대부업과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떨어져 은행과의 금리 간극이 좁혀질 수 있다. 국내 대부업체들이 일본 업체들로부터 영업 노하우를 빠르게 배우고 있듯이 저축은행 업계의 대출심사 능력 향상도 기대된다.

하지만 서민금융 인프라가 일본계로 넘어가면 서민금융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지가 좁아지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금융당국의 정책ㆍ감독 실패, 오너들의 방만한 경영과 비리, 정치권의 비호로 쑥대밭이 된 서민금융시장을 일본 금융자본에, 그것도 헐값에 내주게 된 것도 무척 가슴 아프다. 이제 남은 과제는 국내 저축은행 업계가 경쟁력을 높여 살아남는 길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