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0월 7일] 10년 불황에 대비하자

요즈음 월급쟁이나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신문을 보면 무섭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설마 외환위기 같은 위기상황이 또 오겠나” 싶었지만 6일 외환시장이나 증시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다. 불안이 공포로, 공포가 공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직장도 뒤숭숭하다. 주가는 하락하고 주택대출 금리는 급등하는 판에 ‘잘못하다가 내 직장이나 월급 받는 데도 문제생기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하지만 어디를 봐도 확실한 얘기가 별로 없다. ‘지금 위기가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 이 정도면 끝이고 그 이후부터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싶은데 잘 안 보인다. 모르니 더 불안하다.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맞을 때도 ‘맞기 전의 공포’가 더 두려운 법이다. 이번 금융ㆍ경제위기의 특징은 ‘불확실성’이다. 누구도 위기의 파장과 지속성, 위기 이후의 모습에 대해 잘 모른다. 지난 4일 미국 하원이 8,5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안을 통과시켰지만 이 정도 규모의 구제금융으로 미국의 경제ㆍ금융위기가 가라앉을 것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단지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점은 8,500억달러의 구제금융이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것 정도다. 지난해 초 서브프라임 사태가 발생한 후 전문가들은 끊임없이 ‘여기서 멈추겠지’ ‘아니면 저기서 멈추겠지’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나 바닥이라고 생각했더니 지하실이 나왔고 지하실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더니 지하실 밑에 동굴이 나왔다. 동굴 밑에 또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이번 위기가 어디까지 확대되고 언제쯤 끝날까를 알려면 일차적으로 미국의 집값 동향을 알아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장기 주택가격 추세선을 기준으로 집값이 가장 높았을 때와의 차이를 100이라고 할 때 지금은 약 70 정도 떨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추세선을 기준으로 하면 아직도 30 정도는 더 하락해야 한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계산상으로 그렇다는 말이다. 추세선 위에서 멈출지 아니면 추세선 아래로 더 떨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미국의 금융위기가 진정되면 문제는 해결될까. 그렇지도 않다. 본격적으로 실물 부문, 즉 미국 기업들의 위기가 이어진다. 고용불안ㆍ임금하락 등 서민들의 고통이 본격화한다는 얘기다. 미국뿐이 아니다. 이미 미국의 금융ㆍ경제위기는 유럽연합(EU)으로 불이 붙었고 중국도 불안하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꺼지고 경제가 본격적으로 하강하기 시작한다면 우리 경제는 미국 경제 몰락 이상의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불행히도 많은 전문가들이 중국 경제의 급격한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우리나라 얘기로 돌아와 보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는 ‘달러부족’ 위기다. 우리는 매년 자동차와 반도체를 모두 팔아 벌어들이는 달러만큼 석유를 사와야 경제가 유지된다. 그만큼 달러가 많이 필요한 경제구조라는 말이다. 그런데 시장에 달러가 없다. 달러를 빌려줘야 할 은행에 달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 지금 정부의 ‘전방위 외화유동성 대책’을 통해 달러부족 위기를 넘겼다고 하자. 그럼 괜찮아질까. 하지만 다음은 우리 역시 본격적인 실물경제의 침체가 예상된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부문에서 미국ㆍEUㆍ중국ㆍ중남미 등 우리의 주요 수출시장이 무너지는데 우리라고 ‘독야청청’할 수는 없다. 더 큰 문제는 우리 역시 부동산이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 부동산시장 역시 상당한 거품이 껴 있고 이미 본격적인 집값 하락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위기는 1~2년 내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니 3~4년 내에 해결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 경기사이클상의 급격한 하강이 아닌 금융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붕괴이기 때문이다. 1929년 대공황 이후 금융기관들의 신용이 회복되는 데는 20년이 걸렸고 주가가 공황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는 30년이 걸렸다. 결국 ‘불확실성 투성이’인 현재 상황에서 확실한 한가지 점은 ‘이번 위기가 아주 오래 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시장의 몰락 이후 10년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처럼 우리 경제도 초장기불황에 빠져들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