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ETF 출범 10년, 이젠 질적 성장이다] <중> 진화는 계속된다

합성·액티브 ETF 등 줄줄이 등장… 상품 다변화로 시장 새바람<br>주식+채권·주식+금 등 신개념 펀드 상장 앞둬<br>국고채·실물 구리ETF 등 정부 기관도 상품 개발




최근 삼성자산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운용본부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10일 선보일 금과 주식을 반반씩 편입해 구성한 'KODEX주식&골드(H)ETF'에 대해 기관투자가들의 문의가 잇따르는 등 시장 반응이 예상 외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아직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는 상품이라 실패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사전 조사 결과 대형기관들의 수요가 상당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삼성자산운용의 한 관계자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혼합해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기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 같다"며 "일단 시장에 나와봐야겠지만 기관들의 분위기가 나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국내에 ETF가 등장한 지 10년이 지나면서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식형 중심에서 벗어나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본격적인 질적 성장의 단계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 상장돼 있는 ETF 구성을 보면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ETF(22개) 외에 자동차ㆍ화학ㆍ증권ㆍ소비재 등 섹터 ETF(34개), 가치주ㆍ중소형주 등 스타일 ETF(3개), 그룹주ㆍ고배당 등 테마 ETF(30개) 등으로 가지치기를 하며 라인업이 다양화되고 있다.

상품 다양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합성 ETF다. 현재 시장에 상장된 ETF는 지수에 편입된 종목, 즉 기초자산을 실제 바스켓(묶음) 형태로 보유하거나 선물ㆍ옵션 등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한다. 반면 합성 ETF는 기초자산을 보유하지 않는다. 대신 계약 상대방(특정 주식이나 주식 바스켓을 지닌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과 추종 대상 지수 수익률 변동만큼 성과를 교환하는 스와프 계약을 맺는다. 운용사가 상품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돼 상품 운용과 관리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 강점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서는 합성 ETF가 전체 ETF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성 ETF 상장 시 다양한 상품을 만들 수 있어 ETF 시장 확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합성 ETF 외에도 채권레버리지 ETF와 주식+채권, 주식+금 등 이종자산배분 ETF, 액티브펀드를 상장시킨 액티브 ETF 등 신개념 ETF들이 줄줄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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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규 삼성자산운용 ETF 운용본부장은 "ETF는 그 자체만으로 모든 투자를 충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구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상품의 운용 방법도 다양화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본부장은 다만 "상품 구조가 복잡해지는 만큼 투자자 보호는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며 "상품을 개발하는 운용사는 물론 금융감독당국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특정 상품이나 자산의 유동화를 위해 주요 기관이 앞장서 ETF 개발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국고채 ETF다. 이 상품은 지난 2009년 기획재정부가 국고채의 활발한 거래를 위한 방안으로 개발한 ETF다. 실물 구리 ETF도 조달청의 민간비축사업 일환으로 상장이 추진 중이다. 이 상품은 해외에서 사들인 구리를 조달청 창고에 보관한 뒤 조달청이 발행한 보관증서를 운용사가 기초자산화해 ETF로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용될 계획이다. 원자재 비축사업의 아이디어를 찾던 조달청이 미래에셋자산운용에 ETF화를 건의해 2년여의 작업을 통해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ETF가 활성화되면서 주요 기관에서 특정 지수나 상품의 ETF화를 제안하거나 문의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향후 이 같은 형태의 상품 상장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TF를 넘어 ETN(Exchange Traded Note) 도입을 위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상장지수채권'으로 불리는 ETN은 증권사가 자기 신용으로 기초자산 가격 또는 지수 수익률에 연동해 수익 지급을 약속하기 때문에 합성 ETF와도 비슷하다. ETF와 마찬가지로 특정 지수와 상품가격 등에 연동해 수익을 내는 구조이지만 상품 설계자가 운용사가 아닌 증권사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대형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한 ETN 태스크포스(TF)를 통해 ETN 도입에 대한 업계 입장과 계획을 논의했다. ETN이 집합투자증권인 ETF와 달리 주식워런트증권(ELW)과 같은 파생결합증권으로 분류되는 만큼 당장은 금융당국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증권사를 중심으로 ETN을 신먹거리로 키우려는 관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고봉찬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년간은 시장에 맞는 ETF에 초점을 두고 상품을 개발해왔다면 앞으로 10년은 시장을 이끌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최근 국내 시장에서 주식형 위주에서 벗어나 합성 상품 등 다양한 ETF가 등장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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