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줄을 잇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들어 사채원리금 미지급을 공시한 상장사는 14개사에 이른다. 지난해(20개)까지 포함하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회사채를 발행해 놓고도 만기에 이를 상환하지 못하는 회사는 모두 34개에 달한다. 사채원리금 미지급은 현재 의무 공시사항. 한국거래소는 지난 해 2월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규정을 개정해 사채원리금 미지급을 의무적으로 공시하도록 조치한 바 있다. 상장폐지실질심사 시행과 회계감사 강화로 2년 새 100여개 상장사가 퇴출됐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는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부실기업들이 많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CB나 BW의 원금은 물론 이자마저 투자자에게 갚지 못할 정도라면 앞으로 상장을 유지하기 조차 어려울 수 있다며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미 사채원리금 미지급을 공시한 상장사 중 절반(14개사)가량이 상장폐지된 만큼 최근 증시 활황에 편승해 무턱대고 매수세에 나섰다간 수익을 커녕 손실만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이드로젠파워의 경우, 올해 6월28일 사채원리금 미지급을 공시한 뒤 5개월여 만에 최종부도로 상장폐지됐다. 액티투오는 4월27일과 6월28일 사채원리금 미지급을 알린 뒤 7월21일 결국 퇴출됐다. 유가증권시장 종목이었던 케드콤도 지난 7월22일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되기 전까지 사채원리금 미지급 사실을 2회 공시했다. 이외에도 올리브나인과 아구스, 씨엘엘씨디, 사이노젠, 지케이파워, 브이에스에스티, 태광이엔시, 현대금속, 하이스마텍, 테이크시스템즈, 동산진흥 등도 상장폐지 과정에서 사채원리금 미지급 사실을 알린 바 있다. 한국거래소 측 한 관계자는 “회사채 원금이나 이자를 주지 못할 정도의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일수록 부도의 가능성이 높다”면서 “투자자들이 이 같은 부실기업에 투자하지 않도록 경고하고자 사채원리금 미지급 공시를 의무화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한국거래소 측 관계자도 “CB나 BW가 만기가 도래했지만 회사 내부에 원금이나 이자를 줄 자금이 없는 기업들은 자금 사정이 최악을 치닫고 있을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부도로 연결되거나 횡령ㆍ배임이 있을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