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변협, 변호사 수임 비리 골머리

의뢰인과 분쟁 갈수록 늘어 신뢰 '흔들'

징계 강화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

서울에서 활동하는 임모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사건을 수임하고도 수개월 동안 맡은 사건을 들춰보지 않았다. 답답해진 의뢰인이 재촉하다가 수임료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돌려주지 않았다. 임 변호사는 결국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과태료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박모 변호사는 사무직원에게 사무실 임대차 관리를 비롯해 직원 급여 지금, 수임 사건 소장 제출, 사건 브로커 관리 등을 맡기며 사실상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수임료의 30%를 받는 조건으로 변호사 명의도 대여해줬다. 박 변호사의 이 같은 불법 행위는 주변에 알려졌고 변협은 그를 제명했다.

법률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임 비리를 저지르는 변호사도 늘어나고 있다. 변협은 업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징계에 나설 방침이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7일 변협에 따르면 2005년 이후 10년간 변협이 징계한 총 404건의 비리 중 의뢰인과의 금전분쟁은 총 58건으로 14.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벌어진 의뢰인과의 금전분쟁 징계는 23건으로 같은 기간 전체 징계의 4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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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과의 금전 문제는 미리 약정하지 않는 추가 보수를 요구하거나 판결이나 조정을 통해 받아 낸 자금을 횡령하는 방식으로 불거진다. 성공보수를 조건부로 미리 받고 나중에 지더라도 돌려주지 않는 사례도 있다.

수임 제한 규정을 어기는 비리도 최근 늘었다. 수임제한은 각종 법원이나 검찰청, 금융위원회 등 국가기관에서 근무한 법조인이 퇴직 후 1년 동안 본인이 근무했던 기관이나 관계 기관의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다. 수임 제한 규정을 어겨 대한변협의 징계를 받은 비율은 지난 10년 기준으로는 전체의 8.4%에 그쳤지만 최근 3년은 14.4%로 높아졌다.

이는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변호사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법률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비리에 대한 유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변협은 최근 전국 각 지방변호사회에 비리 사례를 담은 '법조윤리 강화 요청' 공문을 발송해 단속을 촉구했다.

변협은 공문에서 "변호사가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는 변호사법 조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를 시켜주시기 바란다"며 "혐의 사실이 발견되면 협회로 징계 개시 신청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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