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산책/3월 27일] 안중근 '장군' 순국 100주년

어제 26일은 안중근(安重根) 의사가 순국한 지 꼭 100주년이 된 날이었다. 안 의사는 죽음을 하루 앞둔 1910년 3월25일 뤼순(旅順)감옥으로 마지막 면회를 온 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반드시 한번은 죽으므로 죽음을 두려워할 것은 아니다. 나는 인생은 꿈과 같고 죽음은 영원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걱정할 것이 없다." 의병대장 예우 장군 호칭 적절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계기로 그의 호칭을 의사(義士)에서 장군(將軍)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활발하게 일고 있다. 육군은 25일 충남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관회의실을 '안중근장군실'로 개칭했다. 국방홍보원에서 발행하는 국방일보는 이달부터 안중근 의사가 아닌 안중근 장군으로 표기하고 있다. 육군의 한 관계자는 "안 의사 본인이 군인 신분임을 강조했고 그의 애국충정을 군인정신의 귀감으로 삼자는 취지에서 안중근 장군으로 호칭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안중근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와 한민족평화통일연대 등 민간단체도 안 의사의 '대한의군 참모중장' 신분을 복원하고 직위를 '대한의군 참모 대장'으로 특진시켜야 한다며 국회 청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2008년 안중근하얼빈학회에서 제기됐다. 이 학회는 안 의사가 법정에서 '나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으로서 적장을 처단했으므로 이 법정의 재판은 부당하다'면서 '육전(陸戰)의 포로로서 만국공법(국제법)에 따라 재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천명했으므로 개인행위를 부각시키는 의사라는 칭호는 그의 의거가 단독 살인행위라는 당시 일본 정부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에서는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며 역사적 의거를 한 안 의사를 '군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특히 김양 보훈처장은 "수십 년에 한 명이 나올까, 말까 하는 의사를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장군으로 부르면 오히려 강등시키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를 장군으로 부르면 '강등'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견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우선 안 의사 본인이 법정에서 자신의 신분이 한 사람 개인이 아니라 '대한의군 참모중장 겸 독립특파대장'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의병 지휘관을 장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전혀 이상할 것도 없고 문제될 일도 아니다. 또한 안 의사에게 바치는 장군 칭호는 '매년 60명씩 배출되는' 현재의 국군 장성과는 역사적 의미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무덤·유해발굴에 적극 나서야 안 의사는 1909년 10월26일 의거 이전부터 수백 명의 의병을 거느리고 두만강을 넘나들며 일제(日帝) 군경과 싸우다 침략의 원흉이며 적장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자 의병대장의 자격으로 이토를 몸소 처단했던 것이다. 안 '장군'은 그 뒤 200여 일 동안 뤼순감옥에서 고초를 당하다 이듬해(1910년) 3월26일 귀중한 한 목숨을 바쳤다. 사실 안 의사면 어떻고 안 장군이면 어떤가. 의사로 부르거나 장군으로 부르거나 그분의 고귀한 애국정신과 희생정신, 위대한 업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논쟁보다는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맞았건만 아직까지 그의 무덤과 유해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에 더욱 통탄해야 마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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