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주년을 맞은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다. 순자산은 14조원을 돌파했고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5,000억원을 넘어서며 세계 9위 수준으로 우뚝섰다. 하지만 레버리지ㆍ인버스 ETF나 삼성그룹주 ETF등 소수 상품으로 거래가 집중되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새로운 지수를 추종하는 신개념 ETF가 속속 증시에 상장됐다. 중국본토에 직접 투자하는 ETF부터 구리실물에 투자하는 상품까지 추종지수를 다양화 한 상품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스크 분산차원에서 레버리지 ㆍ인버스 ETF 위주의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신개념 ETF로 투자자산을 다양화할 것을 조언한다.
◇중국 본토 투자 ETF 수익률 쑥쑥=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해 11월 29일 국내 운용사로는 처음으로 중국 본토 A주에 직접 투자하는'KINDEX 중국본토 CSI300ETF'를 증시에 상장했다. 그 동안 중국 관련 상품으로는 중국 H주(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나 ETF, 중국 본토 A주에 투자하는 펀드 밖에 없었는데 'KINDEX 중국본토 CSI300 ETF'가 상장되면서 실시간으로 국내 증시에서 중국 본토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KINDEX 중국본토 CSI300ETF'가 추종하는 CSI300지수는 중국 상해거래소와 심천거래소의 공동 지수로 양 거래소에 상장된 300종목으로 구성된다. 이 지수는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FTSE 차이나 A50 지수에 비해 금융업종 비중(37%)이 낮고 산업재와 소재ㆍ내수 등 다양한 업종으로 구성돼 중국의 실제 경제구조와 유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상장 이후 수익률도 좋다. 지난 2007년 고점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중국 증시가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 부양 기대감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이후'KINDEX 중국본토 CSI300ETF'의 수익률은 20%가 넘는다.
거래량도 풍부한 편이어서 언제든지 장내 매도를 통해 현금화도 가능하다. 연초 이후 'KINDEX 중국본토 CSI300ETF'의 일평균 거래량은 60만주로 중국 H주에 투자하는 'KODEX CHINA H'(3만9,0000주)보다 15배 많다.
김현빈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전략팀장은 "지금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공모펀드를 통해 중국 A주에 투자할 경우 환매시 자금 회수에 최대 한 달 넘게 걸렸지만 'KINDEX 중국본토 CSI300ETF'에 투자할 경우 언제든지 장내 매도를 통해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며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 확대로 CSI300지수도 점진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 매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8월 1억5,000만달러 규모의 적격외국기관투자자(QFII)를 취득한 삼성자산운용도 이달 중' FTSE차이나 A50 지수'를 추종하는 중국 본토 ETF를 출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초 중국본토 ETF를 활용한 랩어카운트 상품을 출시했다
◇아시아 첫 구리 실물투자 상품도 등장=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구리 실물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TIGER 구리실물 ETF'를 지난해 12월 17일 상장했다. 구리실물 ETF는 기초자산인 구리를 매수해 조달청 창고에 보관하고 이를 증명하는 증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구리실물 ETF의 최대 장점은 추적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금이나 구리 등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ETF는 있지만 장기 투자 시 현물과 ETF 가격에 괴리가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구리 실물 ETF에 투자하면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가격과의 오차를 최소화 할 수 있다. 특히 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현물 가격은 톤당 8,000달러가 넘지만 ETF를 통하면 불과 몇 만원으로도 구리 실물 투자와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경기부양을 추진하는 중국의 수요 증가로 구리 가격이 올해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식 및 채권 중심에서 원자재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들에게 대안투자의 일환으로 알맞은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