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나토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해 동유럽 국가들의 안전보장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러시아와의 군사 및 민간 분야 협력중단을 결정했다. 이들은 이날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는 6월 회의 때까지 러시아와의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러시아 접경국가들과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행동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토가 추진 중인 방안에는 동유럽 국가에 상설기지를 개설하고 군사력을 배치하는 것도 포함된 것으로 관측된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집단적 방위능력을 증강할 수 있는 모든 선택을 고려하고 있으며 병력배치, 군사훈련, 방위계획 확충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경제제재에도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 "카자흐스탄 주재 러시아대사관이 미국 JP모건체이스를 통해 보험대행사 소가스에 대금결제를 시도했으나 미국 정부의 제재조치로 차단됐다"고 밝혔다. 소가스는 지난달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랐던 '방크로시야' 계열사다. 러시아 외무부는 미 정부의 이 같은 제재에 대해 '불법행위'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주러 미국대사관 및 영사관의 업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복조치를 시사했다. 이는 미국의 대러 제재 이후 러시아 정부 차원에서 나온 반발 중 가장 수위가 높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정부의 이 같은 반응은 미국과 러시아 간의 긴장관계를 다시 고조시켰다"며 "러시아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JP모건이 러시아에 보유한 고정자산은 7억달러이며 47억달러의 대출금이 있다. 이 외에도 씨티그룹이 러시아 소매금융 시장에 진출해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러시아 정부와 컨설팅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에 대해 JP모건은 "미국 금융회사로서 정부 방침에 따른 것이며 앞으로도 미국 정부의 제재를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치가 본격화하면서 러시아 경제의 타격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재 국면이 계속되고 경제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현재 1.1%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경제성장률이 -1.5~-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서방의 압력에 러시아도 가스 공급가격 인상으로 맞대응했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올 2·4분기부터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최대 44% 인상하며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에 공급되는 가스의 관세도 10% 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