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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승마 "아이고 예뻐라"… 육상·수영 "오, NO"

펜싱·승마·요트 '신 효자종목'… 기업 뒷바라지에 金 16개 합작

박태환 한명에만 의지한 수영, 금 47개 걸린 육상도 '노 골드'

기초종목 육성 여전히 숙제로

한국 선수단이 지난 4일 인천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끝난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금메달 79개를 수확, 일본(금메달 47개)을 누르고 5회 연속 종합 2위 목표를 달성했다. 홈 이점을 업고 금메달 90개 이상을 따낸다는 구체적인 목표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1위 중국도 금메달 목표 200개에 훨씬 못 미친 151개로 마쳤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난한 성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카자흐스탄(금메달 28개), 이란(금메달 21개) 등 중앙아시아와 중동의 약진이 유독 두드러진 대회였다. 아시안게임은 한·중·일만의 잔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3국 외 일부 국가들이 알게 모르게 힘을 키워오고 있다.

한국 선수단에 이번 아시안게임은 효자종목의 '지각변동'이 키워드로 떠오른 대회이기도 했다. 전통의 효자종목들이 주춤한 반면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종목들이 메달을 쏟아내며 한국의 2위 수성에 기여했다. 체육계는 한편으로 수영과 육상 등 기초 종목이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높은 벽을 다시 한 번 실감해야 했다.


◇신(新)효자종목, 펜싱·승마·요트=펜싱과 승마, 요트 3종목은 16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펜싱이 금 8, 은 6, 동메달 3개를 휩쓸었고 승마는 금 4, 은 1, 동메달 1개를 가져왔다. 요트도 금 4, 은 1, 동메달 1개로 화려한 메달 물결을 이뤘다. 펜싱의 경우 아시아의 그 어떤 나라도 기록하지 못했던 한 대회 금메달 8개로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종합 2위에 올랐던 실력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증명했다.

한국 선수끼리의 결승전이 3차례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승마도 마장마술에 비해 조명받지 못하던 종합마술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이 나오는 등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성적을 올렸고 요트 역시 종합 우승을 달성했다.


이들 '신효자종목'의 공통점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날개를 달고 비상했다는 것이다. 대한펜싱협회 회장으로 손길승 SK 명예회장이 일하고 있는데 2009년 손 회장 취임 뒤 협회 예산이 1년 20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SK는 2003년부터 12년째 협회 회장사를 맡고 있다. 대한승마협회의 회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대표이며 대한요트협회장은 이번 대회 선수단장을 맡은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3년 협회장 취임 후 12년째 요트에 애정을 쏟고 있다. 요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 1, 은 2, 동메달 3개를 따내더니 이번 대회에서는 하루에 금메달 4개를 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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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06년 도하와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싹쓸이했던 골프는 대만, 태국 등의 급성장에 대비하지 못해 금메달 1개에 그쳤다. 사격은 금메달 8개를 따내기는 했지만 중국에 27개를 뺏긴 게 더 커 보였다.

◇수영·육상, 멀고 먼 해뜰날=박태환이 '노 골드'에 그치자 한국 수영도 36년 만에 노 골드로 돌아섰다. 53개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에서 노 골드는 그만큼 뼈아프다. 박태환만 바라본 수영계는 '포스트 박태환' 시대에 대한 계획이 서 있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 은 2, 동메달 6개를 땄지만 이 가운데 은 1, 동메달 5개는 박태환이 뛴 종목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 4관왕이자 최우수선수(MVP) 하기노 고스케를 앞세운 일본과 닝쩌타오와 썬타오가 남녀 동반 4관왕에 오른 중국 사이에서 한국 수영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47개 금메달이 걸린 육상도 36년 만에 노 골드로 마감했다. 은 4, 동메달 6개에 그쳐 애초 목표였던 금메달 3개에 크게 못 미쳤다. 그나마 남자 110m 허들에서 김병준이 한국 신기록(13초43)을 세우고 남자 1,600m 계주팀이 역시 한국 신기록으로 은메달을 딴 게 위안이지만 그 이상의 도약을 바라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호수아가 남자 200m에서, 임은지는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으나 육상의 '상징'인 남녀 100m에서 결선 진출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중동 국가들이 아프리카 출신들을 대거 귀화시키는 상황이라 앞으로가 더 어둡다는 게 문제다.

수영과 육상 등 기초종목 육성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이 끝날 때마다 한국 스포츠의 과제로 떠오르곤 했다. 체육계는 '이번에야말로'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역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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