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 얌전히 자리잡고 있는 잇몸은 툭 튀어나오거나 우둘투둘해서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유심히 살펴본 적도 없는 조직이다. 예부터 '잇몸이 드러나면 상놈'이라는 말처럼 잇몸을 드러내고 말하거나 웃는 일은 천박하거나 웃음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입 속에 꽁꽁 감추어 두었던 잇몸을 드러내 놓고 살펴보면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양치할 때만이라도 꼼꼼히 살펴 보도록 하자. 올해 처음 '잇몸의 날'(3월24일)도 제정됐다. 잇몸질환 환자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잇몸질환을 앓고 있는 성인은 80%에 이른다. 치주질환은 연령과도 관계가 깊은데 20세 이상이 과반수 이상, 35세 이후에는 4명당 3명꼴로, 그리고 40세 이상의 중 장년층~노년층의 경우 80~90%가 잇몸질환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국민 대다수가 잇몸병으로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잇몸병은 감기 다음으로 가장 흔한 질환이지만 감기가 들면 병원에 가고 아픈 몸을 쉬게 하고 약을 처방 받는 등 치료에 힘쓰는데 비해 잇몸질환은 방치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잇몸병이 별 문제를 유발하지 않아서 무관심하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잇몸은 한번 나빠지면 회복되기 어려운데다 치아가 빠지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한다. 또 당뇨나 심장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치과를 찾는 잇몸 질환자들의 방문시기를 보면 증상이 악화돼 있는 중증 치주염인 경우가 가장 많을 정도로 조기치료가 잘 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잇몸질환은 처음에는 자각 증상이 없다가 염증이 악화 되면서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잇몸에서 피가 나고,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에 시리고, 딱딱한 음식을 못 씹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더 악화 된 후에는 치아가 흔들리고 입냄새가 심해진다. 이렇게 자각증상이 나타난 후라면 이미 늦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초기에 양치와 치실, 치간 칫솔을 이용해 관리할 수 있는 시점은 넘어선 것이다. 잇몸이 아프다는 신호는 잇몸색으로 알 수 있다. 어린이의 분홍빛 선명한 잇몸과 40대 잇몸을 비교해보면 분홍색이 왜 중요한지 금방 구분 할 수 있다. 잇몸색 중 가장 건강한 상태는 선명한 분홍색이다. 그러나 많은 경우 나이가 들수록 잇몸에 염증이 생길수록 색이 어둡고 칙칙해 진다. 이처럼 잇몸색은 현재 잇몸이 건강한 상태인지 볼 수 있는 지표가 되는 셈이다. 매일 칫솔질을 하면서 잇몸도 깨끗이 닦고 입술을 들추어 잇몸색도 살펴보자. 또한 6개월에 한번 스케일링과 치과검진이 흔들림 없이 건강한 잇몸을 가질 수 있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