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국민들의 씀씀이가 줄어들고 있다. 소득은 제자리걸음인데 다달이 내야 하는 연금과 사회보험의 지출만 늘어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는 모습이다. 가계가 허리띠를 졸라매 가계부상 흑자를 나타내는 일명 '불황형 흑자'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ㆍ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가구(2인 이상 기준)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40만3,000원을 나타냈다. 명목상으로는 전년 대비 0.7% 늘어난 수치이지만 물가상승 요인을 제거한 실질소비 기준으로 따지면 같은 기간 소비가 0.4% 감소했다.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꽉 닫힌 지갑이 1년째 열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소비지출을 항목별로 보면 영유아 보육료 지원에 따른 어린이집 지출 감소로 기타상품ㆍ서비스 지출이 가구당 20만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8.2% 감소했다. 외식도 줄었다. 가구당 평균 외식비는 31만5,8000원으로 전년과 동일했다. 1년 새 외식비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외식횟수를 줄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건 지출 또한 같은 기간 0.8% 줄었는데, 특히 치과서비스 지출이 9.2% 감소했다. 담배소비도 전년 대비 6.4% 줄었다. 통신비용 역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또한 식료품비(1.8%→1.1%)와 의류ㆍ신발비(9.3%→0.5%), 교통(2.6%→0.9%) 등은 지출 증가율이 낮아졌다.
다만 캠핑 열풍에 힘입어 캠핑 및 운동 관련 지출은 같은 기간 20%나 늘었다. 유독 무더웠던 올해 여름의 계절적 요인에 따라 에어컨과 제습기 등 가전수요가 늘어 가정용품ㆍ가사서비스 지출도 같은 기간 9.1% 증가했다.
반면 마음대로 줄이기 어려운 비소비 지출(세금ㆍ연금ㆍ사회보험료)은 2ㆍ4분기에 가구당 75만3,000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4.1% 늘었다. 각종 세금과 보험료에 치여 소비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항목별로는 연금과 사회보험이 각각 4.5%, 5.3% 증가했다. 다만 이자비용 지출은 이자율 하락에 따라 가구당 평균 9만4,000원으로 0.9% 감소했다.
소득은 소폭 증가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04만1,000원으로 같은 기간 2.5% 늘었다. 다만 실질소득 기준으로 보면 1.3% 증가하는 데 그쳐 뚜렷한 오름세를 나타내지는 못했다.
가계 전반적으로 소득은 소폭 증가하고 소비지출은 줄면서 흑자규모는 커졌다. 가구당 월평균 흑자액은 88만3,700원으로 전년 대비 6.1% 늘어 2ㆍ4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28만7,000원으로 같은 기간 2.1% 증가했다.
분배지표는 다소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득 수준이 높은 4ㆍ5분위보다 저소득ㆍ중산층인 2ㆍ3분위의 소득 증가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다.
오상우 기획재정부 경쟁력전략과장은 "소비지출의 하락세가 다소 주춤한 것은 긍정적 요인이지만 가계소득 등의 회복세가 여전히 미약해 경제활력 제고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