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원천기술, 경쟁력의 핵심

과학기술부차관 임상규

과학기술부차관 임상규

혁신의 시대다. 우리 경제의 살길도 혁신에 있다. 시간을 되돌려 고려말기로 가보자. 원나라의 목화씨를 붓두껍 속에 숨겨 들여와 의류혁명을 이끈 문익점 선생의 일화는 혁신의 전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혁신의 씨앗(목화씨)을 확보해 생산혁신(목화재배)을 이뤄 삶의 질 향상과 부가가치 창출(의류혁명)로 이어지는 과정이 혁신 그 자체다. 그러나 문익점 선생께서 오늘날 살고 계셨더라면 특허분쟁과 기술료 요구로 크게 곤욕을 치렀을 것 같다. 어쩌면 의류혁명의 과정이 지체되었거나 여전히 중국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방이 아닌 원천기술의 확보와 이를 통한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냉혹한 국제사회, 이것이 2004년 오늘의 현주소이다. 불행히도 우리의 기반은 취약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로열티로 지불한 금액은 36억달러로 로열티로 받은 금액인 13억달러의 2.8배에 달했다. 주력 수출품인 휴대폰의 핵심부품 중 35%가 미국과 일본에서 수입되고 있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우리의 강세가 지속되자 미국과 일본이 발 빠르게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원천기술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변해주는 사례로 꼽힌다.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초연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기초연구 분야는 당장 눈앞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므로 기업이 투자를 결정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그 결과로 나타나는 창의적인 연구결과와 원천기술은 수많은 응용부문에서 막대한 파급효과로 이어진다. 정부가 적극 지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는 2004년 정부연구개발예산의 20.7%를 차지하는 기초연구분야의 예산을 2007년까지 25%로 확대할 계획이다. 갈수록 기술장벽을 높여만 가는 선진국과 맹렬히 추격해 오는 중국 등 후발국 사이의 넛크래커(nutcracker)에 끼어 있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의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는 우리에게 세계는 야속하게도 '제2의 문익점'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땅에서, 우리의 과학기술인들이, 우리 고유의 원천기술을 창출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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