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형욱, 파리서 살해되지 않았다

본지-뉴욕한국일보 美국무부 비밀해제 문건 입수<br>1979년 10월7일 실종된게 아니라 10월9일 스위스거쳐 사우디로 떠나

미 국무부 비밀해제 문서에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이 그동안 알려진 대로 지난 79년 10월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실종된 게 아니라 10월9일 스위스를 거쳐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제신문과 뉴욕한국일보가 공동 입수한 이 문서는 미 국무부가 80년 2월29일 주한 미국대사관에 전보 형식으로 보낸 ‘주간동향 보고서 한국판(Weekly Status Report-Korea)’ 메모로 김 전 부장 실종사건에 대해 미 국무부가 주미 일본대사관에서 얻은 구체적인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김형욱은 어디에 있나(Whither Kim Hyung Wook)’라는 제목의 문건에서 “(귀하는) 파리의 도박장에서 10월9일 마지막으로 목격된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KCIA) 부장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 잠을 설치고 있습니까”라고 물은 뒤 “일본대사관이 파리 경찰에 (김 전 부장 실종사건에 대해) 끈질기게 의뢰해 얻어낸 결과를 우리(미 국무부)에게 전해왔다”고 밝혔다. 또 “김 전 부장은 또 다른 한국남자와 함께 분명히(apparently) 10월9일 파리를 떠나 취리히(스위스)를 거쳐 다란(사우디아라비아)으로 갔다”며 “하지만 거기서부터의 행적은 명확하지 않다”고 돼 있다. 이 문서에서는 이어 “프랑스 경찰은 마지못해(reluctantly) 이 사건 수사를 종결했다”고 덧붙여 당시 프랑스 당국이 이 사건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었음이 암시돼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그동안 제기됐던 ▦전 중앙정보부 특수공작원이 김 전 부장을 납치해 파리 외각 양계장에서 분쇄기를 이용해 살해했다는 설 ▦10월20일께 프랑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자객이 자동차 폐차장에서 압사시켰다는 설 ▦그를 마취시켜 비행기로 한국에 이송한 뒤 안기부에서 사살했다는 설 등과 다른 것이어서 주목된다. 또 실종 당시 일부 국내신문들이 10월7일 김 전 부장이 파리 ‘르 그랑 세르클’ 카지노를 나선 후 실종됐다고 보도한 것과 달리 이틀 후인 9일 파리를 떠나 사우디아라비아로 갔다는 것도 처음 밝혀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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