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러시아 미녀 내세운 e-메일 사기 극성

러시아 미녀를 내세워 미국 등 서방국가 미혼남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사기가 러시아의 번창하는 신종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고뉴욕 타임스가 3일 보도했다. 타임스에 따르면 이성교제 알선 사이트인 `매치 닷컴'에 개인 광고를 냈던 펜실베이니아 주민 스티븐 래머씨는 지난 6월 러시아 카프카즈에 산다는 나데스바 메드베데바라는 여성으로부터 e-메일을 받았다. 소아치과의사이며 러시아 예술과 문학에 해박한 지식을 지닌 메드베데바양과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래머씨는 그와 점점 친해졌고 비키니 차림의 사진도 받기에 이르렀다. 메드베데바양은 마침내 래머씨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직장에서 휴가를 내 래머씨와 직접 만나기로 이야기가 오고갔다. 메드베데바양은 부족한 여비를 지원할 것을 래머씨에게 애절하게 호소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응답을 기다린다"는 메일을 보냈다. 상상 속에서만 그리던 애인을만날 꿈에 부푼 래머씨는 러시아로 300달러를 송금했으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한 외교관은 이런 사건을 겪은 미국 남자들로부터거의 매일같이 대사관으로 문의가 들어온다고 밝혔다. 이 외교관은 "피해 남성은 파악된 것만 해도 수백명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면서 "피해액도 많게는 1만달러가 넘고 어떤 남자는 말 그대로 꽃을 들고 공항에 서있다 바람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내무부의 아나톨리 플라토노프 인터넷범죄 전담수사관은 이런 사기행각을 벌이는 자들은 거의 예외없이 남자들이며 이들은 거의 똑같은 내용의 편지 원고를 준비해뒀다가 사람 이름만 바꿔 한꺼번에 수천장씩 메일을 돌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메드베데바'라는 이름을 쓰는 사기꾼은 지금도 인터넷 공간을 돌아다니며 희생자를 노리고 있다. 몬태나 주에 사는 조지 폴린씨도 똑같은 이름과 사진을앞세운 범인의 "떨리는 가슴으로 응답을 기다린다"는 메일에 넘어가 720달러를 사기당했다. 러시아 수사당국 관계자들은 이런 범죄가 지난 2001년부터 시작됐다 한동안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최근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사기꾼들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 입국에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았다면서 스캔을 떠 보내주기도 한다. 물론 이 비자는 위조된 것이지만 수법이 정교해 가짜로 의심하기 어렵다. 일부사기단은 여행사 웹사이트를 만들어두고 직원까지 배치해 `애인'의 비행기표와 비행일정 등에 관한 피해남성들의 문의에 친절히 답해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교육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러시아에는이와 같은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기에 좋은 여건이 조성돼 있으며 러시아의 엉성한법체계나 언어장벽, 광활한 국토 등으로 인해 피해를 당한 남성들이 현지에서 범죄자를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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