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새봄 새나라 새희망

겨울이 떠나기가 못내 아쉬운 듯 마지막 앙탈을 부리고 있지만 봄은 이미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얼음장도 남녘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에 몸을 풀기 시작했고 개울가 버들강아지도 푸른빛으로 몸단장하기에 바쁘다. 산골짜기 응달에는 아직 잔설이 듬성듬성 보이지만 양지에는 새싹들이 세상 구경을 하기 위해 머리를 치올리고 있음도 보인다. 도시의 봄은 산골보다 훨씬 더 빨리 와 있다. 백화점 쇼윈도는 산뜻한 봄옷으로 갈아입은 지 오래다. 조간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전단지에는 신혼부부들을 위한 가구와 가전제품을 세일한다는 광고로 새봄을 알린다. 새봄과 함께 엊그제 새 정부가 닻을 올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사회는 건국 60년 동안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나아가는 전환기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진화로 나아가기 위해 이념적 지역적 분열과 갈등보다는 실용의 정신으로 사회를 통합하고 국론은 모으자”고도 말했다. 두껍고 칙칙한 겨울옷을 벗고 밝고 화사한 봄옷으로 갈아입자는 얘기로 들린다. 대통령의 말에는 자신감과 긍정ㆍ희망이 묻어난다. 이른바 좌파로 불렸던 지난 10년에 대해서도 그는 “더러는 멈칫거리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이제 성취의 기쁨은 물론 실패의 아픔까지 자산으로 삼아 다시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실패에서도 교훈을 찾는 적극적인 사고와 진취성이 돋보인다. 대지에 봄기운이 무르익어가고 새 대통령이 ‘할 수 있다’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보이자 국민들도 희망에 잔뜩 부풀어 있다. 대통령이 ‘경제를 꼭 살려내겠다’고 다짐했으니 올해는 우리 자식들이 백수 신세를 면하지 않을까 잔뜩 기대하는 모습들이다. 치솟는 물가에 장보기가 겁난다는 주부들도 새 대통령과 새 정부가 분명코 물가를 안정시킬 것으로 믿고 싶어 한다. 사오십대 직장인들은 해고의 불안에서 해방됐으면 하는 바람이고 학부모와 학생은 사교육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저마다 바라는 바가 다르기는 하지만 등 따습고 배부른 세상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대통령의 말만 들으면 금시발복(今時發福)할 것 같지만 주변 여건을 보면 너무 성급한 기대를 갖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가라앉고 있는데 한국만 무슨 용 빼는 재주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든다. 만사의 근본이라는 인사가 처음부터 삐걱거리는 것을 보니 이전 정부에 더 나을 것도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장관 후보자들의 재산만 놓고 보면 ‘MB(Money Best) 정부’라는 말이 실감난다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는 것은 긍정의 힘이다. 모두들 ‘아니다’라고 할 때 ‘예’라고 할 수 있는 용기와 남들보다 앞서 나가는 개척정신이 역사를 바꿨다. 지구상에 우리만큼 저력이 강한 민족도 흔하지 않다. 전란의 잿더미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일궈냈고 조선과 반도체산업은 불모지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다행히 올해 우리는 긍정의 힘을 믿는 사람을 새 대통령으로 맞았다. 그는 “끼니조차 잇기 어려웠던 시골 소년이 대통령이 됐다. 국민 모두가 꿈을 갖고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한다”면서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새로운 신화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이 없지 않지만 어쨌든 한반도 신화를 창조하자는 그의 말을 한번 믿고 국력을 모아야 할 때다. 새 나라 출발에 맞춰 그동안 잔뜩 움츠려 있었던 기업들도 투자를 늘리겠다고 나섰다.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에 팔을 걷어붙였고 기업들도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으니 극복하지 못할 난관은 없을 것이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다고는 하지만 외환위기 때보다는 나은 만큼 자신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와 기업ㆍ국민이 한마음으로 뭉쳐 다시 한번 한강의 기적을 이뤄낸다면 대통령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분명 ‘기회가 넘치는 나라’가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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